잘나가는 듯 하던 미국 경제가 '실업쇼크'에 빠졌다. 8월 중 실업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초 8월 한달간 1만2천명이 새로 일자리를 얻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무려 9만3천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3월(15만1천명) 이후 가장 큰 폭인 데다 7개월 연속 실업자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실업쇼크'는 대선을 앞둔 미국 정가의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고 '추가 금리인하'가능성과 관련,금융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공황 이후 가장 커진 실업 공포증=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을 겨냥,'실업과의 전쟁'에 나섰지만 8월 실업자수는 노동시장이 호전되고 있다는 신호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올들어 새로 늘어난 미국 실업자는 59만5천명.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 3년간 2백7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대통령 취임 후 3년이 지나도록 실업자가 계속 늘어난 것은 1930년대 초 대공황 이후 처음이다. 미국인들이 이를 심각하게 여기는 것은 실업증가가 소비감소로 이어져 모처럼 회복세를 타고 있는 제조업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노동부측은 지난달 중순 동북부지역의 정전사태가 실업증가의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월가의 시각은 다르다. 실업자 증가가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제조업경기가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는 쉽게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있다. ◆금리예측 '인상'에서 '인하'로=금융시장의 관심사는 그동안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의 금리인상 시점이었다. 경기회복기에 일어나는 인플레를 예방하려는 조치가 있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1백80도 바뀌었다. 실업상황이 발표되면서 시장에서는 FRB의 기준금리가 최소한 내년 말까지 오르는 일이 없을 것이며 심지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예측으로 변했다. 이에 따라 5일 미국 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연 4.51%에서 2주 만의 최저치인 4.36%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FRB 간부들의 발언도 여기에 한몫했다. 샌프란시스코 FRB의 로버트 패리 총재는 이날 "경기가 기대처럼 회복되지 못할 경우 금리를 더 내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벤 버난크 FRB 이사도 "실업상황이 악화되면 추가적인 금융정책(금리의 추가인하)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기준금리는 45년 만의 최저 수준인 연 1%에 불과하다. 육동인 기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