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한국은행은 13일 열리는 정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인하할 전망이다. 인하폭은 현행 4.25%에서 4.0%로 0.25%포인트가 예상되며, 이번에 금리를 내릴경우 작년 5월(0.25%포인트 인상)이후 1년만의 금리변경이다. 한은은 사스와 북핵사태, SK글로벌 문제 등으로 올 해 성장률이 4%를 밑돌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하반기 경제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만큼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려잔뜩 위축된 투자.소비심리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금리인하에 따른 부동산투기 재연 우려를 줄여 금통위의 운신을 편하게해주기 위해 신도시 건설과 세제개편, 분양권 거래제한 등의 관련 대책을 이미 발표했다. 하지만 금리인하 효과가 의문시되는데다 부동산투기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여전히 강해 금통위의 결정이 어느쪽으로 나든 후유증은 만만치않을 것으로 보인다. ◆ 콜금리 1년만에 0.25%P 인하전망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11일 "소비.투자위축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데다 하반기 경제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금리인하로 경제 주체들의 심리적 위축을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금리인하에 따른 부동산으로의 자금이동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강도높은 억제책을 내놓고 있는만큼 금리를 미조정한다고 해서 시중자금이 부동산 투기로 급격하게 몰릴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금통위에서 금통위원들은 사스와 북핵 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하반기 경제 회복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하반기 경제회복이지연되고 사스의 악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통화정책의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금리가 부동산 경기와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것은 주택의 수요와 공급, 교육환경 등 생활여건, 투자차익 등의문제"라며 "이는 다른 정책으로 풀어야하며 금리변경이 부동산 투기를 좌우할 것이라는 시각은 적절치않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당초 올 해 성장률을 5.7%로 예상한뒤 지난달 4.1%로 하향 조정했으나사스와 북핵사태 등의 영향으로 0.3%포인트 정도 잠식돼 연간 성장률이 3.8%에 그칠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승 총재는 최근 "연간 성장률이 4%에 못미치거나 하반기 경기회복이 어려워질경우 금리인하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은 이라크전이후 국제 유가 하락으로 물가가 비교적 안정된데다 작년 12월이후 악화됐던 경상수지도 개선조짐이 보여 부동산쪽을 제외하면 금리인하에 따른부담은 상당히 덜어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부동산투기 조장 논란 가중 하지만 한은이나 정부의 입장과는 달리 정치권은 경기부양 효과는 없이 부동산가격 상승만 부추겨 투기재연이 우려된다며 금리인하에 부정적이다. 한은 노조의 설문조사 결과 경제전문가들도 62%가 금리인하의 경기부양 효과에의문을 표시, 13일 금통위 이후에도 금리인하의 '약발-부작용'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상무는 "현재 시중 부동자금은 300조원 규모로 너무 풍부하다"며 "갈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 돈이 금리인하를 계기로 부동산으로 쏠린다면 문제가 심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경기부양이 지금 시점에서 꼭 필요하다면 추경편성 등을 통한 재정정책이 우선돼야 하며 금리인하는 사스와 북핵, SK글로벌문제 등의 추이를 1∼2개월 더 지켜보며 신중하게 결정해도 늦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박사도 "경기사이클만 본다면 명백한 하강기 이므로 금리를내려야 하나 이미 금리가 많이 내려 있는 상태여서 소비.투자 부양효과가 의문시 된다"면서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릴 경우 경제 운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 뻔한만큼지금은 인내해야할 때이며 성장률 저하를 감수하고라도 금리를 그대로 둬야 한다"고주장했다. 하지만 가라앉는 경제를 추스르기 위해서는 지금이 금리인하 적기이며 부동산투기 우려는 그다지 걱정하지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팽팽했다. LG경제연구원 이기승 연구위원은 "그동안 저금리상태가 오래 지속되면서 주택대출이 많이 나가 있는데다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단속적인 투기행태는 정부의 대책으로 잡을 수 있는만큼 금리를 0.25%포인트 정도 낮춘다고 해서 투기바람이 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당장의 투자.소비 진작은 어렵겠지만 더 이상의 경기하강을 막고 잔뜩 위축된 투자.소비심리를 완화해 하반기 경제를 회복쪽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금리를 내려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박사는 "시중에 자금이 풍부하다지만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간의 자금배분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한만큼 금리를 내릴 경우 기업자금사정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이며 이자부담 경감으로 소비증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 박사는 "부동산투기가 문제라면 금리가 아닌 세제개편이나 과표현실화 등 다른 정책으로 막아야 하며 경기하강 국면이 지속되거나 심화될 수 있으므로 다소의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경기부양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