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가 지구촌 곳곳으로 급속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등의 다국적 기업들이 사스의 피해 영향권안에 들어가기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4일 보도했다. 특히 중국 등에 생산시설을 둔 일부 다국적 기업들은 시설 이전을 검토하고, 박람회 개최일정이 취소 또는 연기되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사스공포가 매출감소로 이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등 피해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 본사를 둔 상당수 다국적 기업들은 사스 확산에 따른 피해를최소화하기 위해 본사와 아시아 법인.지사간의 차단벽을 설치하는 등 발빠른 대응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저널에 따르면 월-마트와 EDS, IBM 등 일부업체들은 아시아 지역을 드나드는 여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강도높은 처방책을 내놓고, 대신 화상회의나 e-메일,전화등 다른 수단을 통해 하청업체와 직원, 고객들과 접촉하고 있다. 대다수 업체의 경우 이런 현상은 불편에 그칠지 모르지만 최근들어 지구촌에 상당수 제품을 공급하는 미국.유럽업체들과 아시아 기업들 사이에 서서히 긴장 조짐이표출되기 시작했다고 저널은 진단했다. 실제로 독일의 아디다스-솔로몬 AG는 직원들에게 홍콩지역에서 중국 광둥(廣東)성 접경지대에 산재해있는 공장을 방문할 수 없도록 했으며, 대신 직접 접촉이 필요한 경우 화상화의로 대체토록 했다. 그러나 신제품이 나오면서 본사의 여행제한 조치가 더욱 불편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저널은 설명했다. 광둥성의 아디다스 지역 책임자 호르스트 슈태프는 "지금까지는 경미한 문제에불과했다"면서 그러나 내달 중순까지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일부 생산시설을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중국,홍콩과 계약관계가 있거나 소속 공장 종업원 8천명을 거느린 또 다른의류업체 켈우드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할 우프빈 켈우드 회장 겸 CEO(최고경영자)는 "지진과 허리케인 등 기타 불가항력적인 요인을 겪었지만 사스의 경우 더 불안감을 주고 있다고 있다"며 "지금까지고객의 주문취소 등의 사태는 없지만 생산시설을 인도네시아와 필리핀,말레이시아등 인접국가로 이전하는 비상계획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널은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가장 구체적인 피해사례는 대규모 박람회의 취소나 연기 등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상하이 오토쇼는 행사기간을 사흘간 축소조정했으며, 미국 퀄컴과 노텔네트워크 등이 스폰서로 참여하는 홍콩 휴대전화회의인 `3G 세계회의'도 오는 6월9일부터 13일까지 개최예정인 올해 행사계획을 연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오는 7월17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텔레컴박람회의 하나인 `Communic Asia'도 행사일정의 연기 여부를 내주중 결정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사스 공포가 판매실적 부진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아울러 제기되고 있다. 컴퓨터 칩 제조용 장비공급업체인 노벨러스 시스템스는 한국과 대만, 중국의 칩메이커들이 사스에 대한 불안 때문에 장비주문과 관련, 잠재 고객들과의 접촉을 꺼리면서 이들 메이커가 노벨러스 시스템스의 장비주문에 한층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모토로라도 사스확산으로 세계시장에서의 휴대폰 매출이 감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등 일부업체들은 벌써부터 매출 부진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kk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