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분식회계 여파로 카드채(신용카드사가 발행한 회사채) 거래가 중단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자 정부가 서둘러 '카드사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카드사들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카드사들의 경영실적 개선이 시급한만큼 지난해 도입했던 카드사 관련 각종 규제를 과감히 완화한다는게 대책의 골자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한치앞도 내다보지 못한 무(無)원칙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거니와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인상토록 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카드부실의 책임을 전가한 꼴이 됐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 카드사 흑자 전환될까 정부는 대폭적인 규제완화로 올 상반기중에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부분적으로 올리고 자체 영업비용을 40%(8천억원) 줄이기로 한 카드사 자구책이 제대로만 이행되면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 수수료율 인상 폭을 어느 정도 선까지 정부가 용인해 줄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현재 20.5%(업계 평균) 수준인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이 최소 2%포인트 정도는 올라야 경영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게 업계 주장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그러나 "수수료율을 지나치게 올릴 경우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이 뒤따를 것"이라며 대폭 인상에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개 신용카드사는 지난 1월에만 4천1백2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01년 2조4천8백7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카드사들은 정부의 규제 강화와 경기위축에 따른 연체 증가로 지난해 2천6백16억원의 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 급증하는 연체율은 떨어질까 정부 대책으로 신용카드 연체율은 빠르게 떨어질 전망이다. 연체율 산정기준이 기존의 보유자산 기준에서 관리자산 기준으로 변경되면 우량 자산인 ABS 담보채권이 연체율 계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 2%포인트 가량 수치가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연체자에 대한 대환대출(현금서비스 대출의 일반 장기대출 전환) 활성화 조치도 연체율 하락에 기여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 조치는 표면적인 연체율을 낮추고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는 고육책일 뿐 신용카드 부실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환대출 확대는 당장의 연체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잠재부실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또 연체여신을 대출을 통해 정상 여신으로 바꾸는 것은 채무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만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카드채 거래 재개될까 긴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카드채 거래를 꺼리는 분위기다. 17일 채권시장은 국고채 수익률이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회사채, 특히 카드채의 '거래 실종' 상태가 이어졌다. 시장 일각에선 "1년짜리 카드채가 연 8%에 거래됐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신용등급이 대부분 AA등급인 카드채가 BBB 또는 A-등급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얘기다. 성철현 LG투자증권 채권트레이딩팀장은 "회사채와 카드채는 약정거래 이외에 순수 유통물량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제일투자증권 관계자는 "여전히 불안심리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누가 카드채를 사려고 하겠느냐"며 "정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카드사의 자구계획이 구체화되고 경영상황도 개선될 조짐이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명수.김수언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