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내년에도 성장이 이어지기는 하겠으나 견인차인 미국이 여름 이후에나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상승에 한계를 보일 것으로 월가 전문가들이 진단했다. 이들은 아시아의 경우 수출이 올해에 비해 활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내년 말께나 상승세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며 유로권도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여전히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회복의 발목이 묶일 것으로 관측됐다. 여기에 중남미도 주요 경제국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및 베네수엘라의 어려움이 해소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와 내년의 성장치를 모두 하향조정했으며 국제통화기구(IMF)도 올해 성장이 소폭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OECD는 지난 6월 30대 경제국의 올해 성장률을 평균 1.8%로 예상했던 것을 지난 11월 보고서에서는 1.5%로 낮췄다. 내년 예상치도 3.0%에서 2.2%로 크게 하향조정됐다. IMF의 경우 세계 경제가 올해 2.8%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10년 사이 가장 성장폭이 작았던 지난해의 2.2%에서 소폭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내년의 경우 성장률이 3.7%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지난봄부터 회복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면서 주된 원인으로 ▲미증시 침체 ▲이라크전 위협 ▲유가 강세 및 ▲달러화 폭락 위험을 지적했다. 세계 경제의 주춧돌인 미국의 경우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2.7% 증가한데 이어 내년에는 3.0-3.4%로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들은 미국이 9.11 테러후유증에서 어렵게 벗어나기는 했으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인 실업률과 6개월째 하락한 소비자신뢰, 증시 침체와 잇단 기업회계 스캔들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거듭 분석됐다. 일각에서는 미 경제가 회복의 긍정적인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다수의 견해는 내년 하반기에나 회복세가 본격 가시화될 것이라는데 모아지고 있다. 시카고 소재 뱅크원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연구원은 "내년 전망이 앞서 예상보다는 좋다"면서 그러나 "본격적인 회복세는 6개월여 후에나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지난 41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것이 미경제의 핵심인 소비를 내년에도 지속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도 전망이 결코 밝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이 내년초까지 둔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 오는 2004년이나 돼야 회복세가 본격화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싱가포르 소재 스탠더드 차터드의 남아시아경제 책임자 스티브 브라이스는 "내년에 회복세가 나타나기는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현재 아시아 경제가 좋지 않은 상태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소재 시티그룹의 아시아경제연구 책임자 클리프 탠도 "아시아의 최대수출시장인 미국이 여전히 부진한 상태에서 내년말에나 회복세가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이달에 낸 역내 성장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활발했던 수출이 내년에는 상대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내년에 역내 성장이 당초 예상했던 5.7%보다 낮은 5.6%에 그칠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올해는 당초 예상치인 5%보다 높은 5.6%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ADB의 예상치에는 일본과 호주 및 뉴질랜드는 포함되지 않는다. 중국의 경우 올해 8% 성장하나 내년에는 그 폭이 7.2%에 그칠 것으로 ADB는 내다봤다. 태국과 필리핀도 내년에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및 싱가포르는 내년이 올해보다 나을 것으로 관측됐다. 인도는 올해 5%성장한 후 내년에는 5.5%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일본은 여전히 전망이 어두워 올해 성장이 0.7% 위축된 후 내년에는 0.8% 성장으로 간신히 회복될 것으로 OECD가 앞서 전망했다. 일본은행은 12월분 월례 보고서에서 "일본 경제가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회복을 가로막는 심각한 불안정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료를 지낸 사카이야 다이이치는 "일본이 V자 회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그러나 "경제가 번지점프식으로 급강하할 위험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일본의 금융개혁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음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은행의 대출이 갈수록 엄격해지면서 기업 도산이 증가하고 은행 부실채권도 여전히 엄청난 규모임을 상기시켰다. 또 실업률도 기록적인 5.5%에 달했으며 증시도 지난 19년 사이 최저 수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유럽도 전망이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 사용 12개국의 내년 성장치를 당초 예상했던 2.1-3.1%에서 1.1-2.1%로 크게 낮췄다. 올해 성장률도 0.9-1.5%에서 0.6-1.0%로 하향조정됐다. 유로권의 지난해 성장률은 1.5%였다. ECB는 유로권이 증시 급등락에 따른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라크전 위협으로 인한 고유가로 타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수입 원유에 대한 의존이 다른 주요 경제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유로권의 약세는 역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부진에서 비롯되는 바가 크다. 바클레이 캐피털의 자크 카이유 연구원은 "독일 경제가 역내에서 가장 취약하다"면서 실업률이 지난달 기록적인 9.7%에 달한 상황에서 정부가 올해 성장치를 0.75%에서 0.5%로 하향조정했음을 상기시켰다. 반면 러시아는 고유가 지속에 힘입어 외환보유 규모가 급속히 늘어나는 등 모처럼 경제가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내년에 150억달러에달하는 외채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함을 상기시키면서 이것이 극복해야할 최대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유가가 약세로 돌아설 경우 그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남미는 상황이 더 나쁘다. 브라질이 노조 출신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 당선 이후 2천640억달러에 달하는 외채의무 이행을 약속하는 등 의욕을 보이고있으나 지난 10년 사이 가장 높은 10%에 달한 인플레를 극복하는 문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이미 1천410억달러에 달하는 외채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한 상태에서 페소화 가치가 무려 70%나 폭락했다. 국민의 5분의 1이 일자리를 잃은 상태이기도 하다. IMF에 긴급구제금융을 요청했으나 경제개혁 미진으로 인해 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베네수엘라가 우고 차베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총파업이 계속돼 경제가 파탄됐으며 파라과이와 우루과이도 심각한 경제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뉴욕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