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제품은 기술적 진입장벽이 낮아 독자 경쟁력을 갖추기 힘듭니다.이에 대한 차별화 수단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특히 MP3플레이어 같은 휴대형 오디오는 액세서리 개념이 강해 소비자의 감각을 만족시켜주는 게 중요하죠." 최근 산업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한 '제4회 산업디자인진흥대회'에서 '디자인경영 최우수상'을 받은 우중구 디지탈웨이 대표이사(40)는 "가장 받고 싶은 상을 타게 돼 기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대부분의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적자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디자인 경영은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98년 설립된 디지탈웨이의 제품은 모두 '굿디자인상'이나 '밀레니엄디자인상' 등을 받았다. 세련된 디자인과 한발 앞선 기술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은 덕분에 지난 2000년부터 흑자행진을 하고 있다. 유통단계를 간소화해 가격경쟁력도 갖췄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4백억원 수준으로 순이익도 지난해보다 2배 가량 늘 전망이다. 디지탈웨이의 '엠피오'브랜드는 일본에서도 시장점유율 30%대를 유지,소니를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의 MP3플레이어 마케팅전문회사인 '폰티스'를 인수,유럽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소니 같은 세계적 기업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는 저희 제품이 선전하는 이유는 완성도 높은 디자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 대표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경쟁회사의 덤핑공략이다. 그럴 때마다 디자인을 무기로 내세워 바이어를 설득하곤 한다는 것. 이같은 이유로 그는 디자인에 관한 한 완벽을 고집한다. 제품을 만들 땐 디자인 컨셉트를 최우선으로 정하고 기술과 기능을 거기에 맞추는 식이다. 디자인을 수정해야 할 경우엔 차라리 디자인 도면을 찢어버리고 새로운 디자인을 선택할 정도다. "디자인이란 게 이런저런 이유로 조금씩 수정하다 보면 처음 기획했던 컨셉트가 파괴돼버리죠.개발·생산단계에서 첫 디자인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는 '벤처=기술'이란 직원들의 고정관념을 바꾸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소비자는 '기술'을 사는게 아니라 '상품'을 산다는 게 그의 논리다. 또 전 직원들이 MP3플레이어 마니아가 돼 제품을 써보게 하고 리포트를 받는다. 대기업은 담당자만 제품에 대해 고민하지만 디지탈웨이는 전 임직원이 '올코트프레싱'을 펼치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 대표는 "디자인 경영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경영자는 많지 않다"며 "우리 제품을 루이비통이나 뱅엔올슨처럼 명품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 패션기업이란 생각으로 '스타일 메이커'를 지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