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담배가 변하고 있다. 담배 포장에서 한글이 없어진지 오래다. 디자인도 양담배 빰치게 세련됐다. 담배를 사러온 손님은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들이 국산인지 외산인지 갈수록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담뱃인삼공사의 '무국적 마케팅'은 올들어 본격화됐다. 지난 11일 전국에 발매된 '레종(Raison)'은 과감히 불어를 담배의 이름으로 선택했다. 담뱃갑에도 새침하게 앉아있는 고양이를 새겨 서구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국산이란 것을 알 수 있는 근거는 옆면에 희미하게 찍혀진 담배인삼공사의 로고뿐이지만 이것도 유심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담배인삼공사는 외국 담배회사들의 전유물이었던 현장 마케팅에도 뛰어들었다. 담배인삼공사는 전국 편의점에 담뱃갑을 넣는 소형 냉장고를 설치,레종이 차게 피는 담배임을 홍보하고 있다. 담뱃갑 모양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출시된 '루멘'은 양담배 판매순위 1위인 던힐을 벤치마킹,담배갑의 모서리에 각을 냈다. 위에서 볼 때 팔각형 모양을 이루는 팔각형 패키지는 국산 담배로는 처음 시도된 것이다. 담배인삼공사는 앞으로 초저타르 담배로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다. 내년부터 국내에서 모든 담배에 타르·니코틴 표기가 의무화되면 몸에 덜 해로운 저타르 담배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추가로 시장에 선보인 레종은 기존 제품의 타르함유량(6∼7㎎)의 절반도 안되는 3㎎의 타르가,'시즌'은 2㎎의 타르가 들어있다. 담배인삼공사의 변신은 갈수록 수요가 늘고 있는 양담배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외환위기 당시 5%를 밑돌던 양담배의 한국 담배시장 점유율은 작년에 15%를 넘어섰고 올들어 20.5%(9월 누계)까지 높아졌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