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일 2차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공개한 공적자금비리 사범은 분식회계로 천문학적 규모의 사기대출 등을 일삼으며 회사와 금융기관의 동반부실을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인사들은 비자금까지 조성해 개인용도에 사용하는 등 회사자금을 사금고처럼 이용하는 부도덕한 행태까지 서슴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분식회계로 사기대출 = 주요 부실기업주들의 공통된 수법은 부채를 줄이고당기순이익을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뒤 이를 근거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사기대출이었다. 진도그룹의 김영진 전 회장은 유럽 등의 반모피운동과 지구온난화로 인해 모피수요가 감소하고 컨테이너사업마저 중국기업들의 저가공세로 어려움에 처하자 해외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채무를 누락하는 방법 등의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에서 3천500억원을 대출받았다. 98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극동건설도 90년대 들어 건설시장의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재개발공사 수주전에 무리하게 뛰어든 바람에 매년 수십억∼수백억원의 적자가 누적되자 당기순이익을 흑자로 기재하는 분식회계로 1천200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 수출금융 사기 = 해외 현지법인에 물품을 수출한 것처럼 관련서류를 위조,금융권을 상대로 수출금융 사기행각을 벌인 사례도 많았다. 이동통신중계기 제조기술로 유명했던 흥창의 전 사장 손정수씨는 주식 등에 대한 과도한 투자 등으로 적자가 누적되자 미국 등 현지법인에 선형증폭기(LPA)를 수출한 것처럼 선하증권 등 서류를 위조, 금융기관에서 수출환어음 할인 명목으로 166억여원을 편취했다. 진도의 김 전 회장도 97년 해외현지법인인 진도영국에서 냉동컨테이너 수입의뢰만 받아놓고도 마치 이를 제조, 수출한 것처럼 상업송장과 신용장 등을 꾸며 97차례에 걸쳐 금융기관 6곳에서 수출금융 1천92억원을 지원받았다. ◇ 회사자금 사금고화 = 극동건설 김용산 전 회장과 김천만 전 사장은 92-98년각 건설현장의 노임 등을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비자금 120억8천여만원을 조성, 이중 80억원을 사주 소유 미술관에 전시할 도자기 구입, 별장.자택 등 관리비 등 용도로 썼으며, 회사에 근무하지도 않은 자녀들과 가정부, 운전기사 월급을 회사자금으로 충당하기도 했다. 진도의 김 전 회장도 자녀들이 회사에 근무하는 것처럼 조작, 급여를 지급했고,아들 소유 회사주식과 친인척 소유 부동산을 고가매입하는 방법 등으로 회사에 53억원의 손해를 끼쳤다. ◇ 향후 수사계획 = 검찰은 공적자금 투입을 유발한 부실기업주와 금융기관 임직원을 상대로 최소한 1년간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이미 수사가 착수됐거나 수사 대상에 오른 기업과 금융기관이 10여곳에 달하고출국금지 인원이 60여명에 이르는 점은 `공적자금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의지를가늠케 해준다. 검찰 관계자는 "작년 12월 합동단속반을 발족시킨 이래 87명을 사법처리하면서397억9천800만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했다'며 "부실기업주 등의 은닉재산 환수 등 공적자금 회수에 더욱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