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는 4일 "현대상선 대출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며 "국익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엄 전 총재는 이날 국회 재경위의 산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 이같이 밝히고 "지난달 정무위 국감장에서 한 발언은 사실만을 얘기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6월 서해교전 당시 우리 함정을 공격한 적의 함정이 새로운 무기와 화력으로 무장된 함정이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만약 우리가 지원한 자금에 의해 우리의 전경들이 공격당하는 사례가 있었다면 하는 생각에 말로표현할 수 없는 고민을 했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하지만 현대상선 대출금의 대북지원에 대해서는 명확한 긍정이나 부인을 회피했으나 김충식 현대상선 사장의 말에 대해 `사실'이라고 답하는 등 `긍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다음은 엄 전 총재와 여야의원들의 일문일답 내용. --국정원 3차장에게 현대상선 관련 사안을 알리게 된 경위는. ▲2000년 8월 취임이후 담당이사와 김충식 현대상선 사장으로부터 `대출금은 정부가 썼다.우리가 갚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국정원 3차장에게 이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3차장이 `알았다.걱정마라'고 얘기했다. --관련기관 보고 이후에 통보온 것이 있나. ▲현대상선과 관련된 별다른 통보는 없었다. 김충식 사장과 이후 다시 만났으나 현대상선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후 김 사장이 갚겠다고 해서 따로 대책을 세우지는 않았다. --지난달 국감증인 발언이전 만난 사람 있나. ▲주변의 여러 사람들과 상의했다. 국감 증인으로서 사실만 말했을 뿐이고 이것(주변 사람과 상의한 것)이 문제가 된다면 책임을 지겠다. 수사 등 필요한 단계가 되면 상의한 사람들을 밝히겠다. --김충식 사장의 말을 사실이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채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이 있다. --산은 총재를 지낸 사람으로 국익을 고려해야 하지 않나. ▲국익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임명권자하고 생각이 다르면 그만 둘 수도 있지 않은가.임명권자(대통령)도 생각이 다르면 사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금강산사업의 사업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업성에 대해 판단하기는 어렵다. 말할 입장이 아니다.현직에 있을때 나도 남북간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우리가 지원한 어떠한 방법도 북한에 군비로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은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날 엄 전 총재는 국감 증인으로서 여야의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시종 상기된 표정과 다소 흥분된 듯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내 국감장에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