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은 15일 중국, 일본 및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하나 유럽연합(EU) 식의 '동아시아 단일시장' 구축은 시기상조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연례 경제각료 회동을 끝냈다.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 세리 베가완에서 폐막된 아세안 경제각료 회동은 또 호주및 뉴질랜드와 경제 협력을 강화키로 합의하는 한편 인도와도 FTA를 구축하는 장기적인 목표도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 아세안 10개국과 중국은 FTA가 실현되기 전이라도 관세를 낮추기 위해 이에 해당될 공동품목 리스트를 작성하기 위해 내년까지 `조기수확 패키지'를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키로 의견을 모았다. 아세안은 또 일본과 향후 10년 안에 FTA를 실현할 수 있는 틀을 강구하기 시작한다는데도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은 민감한 농업 부문도 협의 대상에 포함시킬 용의가 있음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경우 아세안과 FTA를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도록 정부 실무 부처에 지시가 내려간 상태다. 그러나 아세안 각료들은 FTA 추진에도 불구하고 회원국간에 경제개발 단계가 다르고 문화 등 여러가지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동아시아 단일시장 구축이 요원하다는 점에 입을 모았다. 싱가포르의 조지 여오 무역장관은 "아세안이 주변 동아시아 주요국들과 단일시장을 형성할 경우 경제력 차이 등 때문에 주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아세안이 주변 동아시아국들과 개별적으로 FTA를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세안이 "독립적인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일본 및 한국과 개별적으로 FTA를 추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은 단일시장 구축이 "역내의 미래 비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동아시아 단일시장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이 역내 단일시장 구축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동아시아 비전그룹' 구축을 지난 98년 제의했음을 상기시켰다. 이에 대해 말레이시아의 라피다 아지즈 통산장관은 동아시아 비전그룹 구상이지난 80년대말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가 제시한 `동아시아 경제회의'와 유사한 성격이라면서 김대통령의 제안이 실현되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 경제회의 구상은 당시 미국의 반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미국은 이 구상이 실현될 경우 역내에서 영향력이 약화될 것임을 우려해 반대했다. 동아시아 비전그룹 구상은 그간의 검토 내용이 오는 11월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아세안과 중국, 일본, 한국간의 이른바 `아세안 플러스 3' 연례 정상회담에 보고될 예정이다. (반다르 세리 베가완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