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대표가 2만4천여개의 우체국과 30만명의 공무원을 거느린 일본 총무성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주인공은 내년 4월 출범할 일본우정공사의 초대 총재로 선임된 상선 미쓰이의 이쿠다 마사하루 회장(67). 우편,예금,간이보험의 3개 부문을 축으로 운영되는 일본 우정사업은 비능률의 대표적 사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편사업의 적자 구멍을 예금 및 보험에서 번 돈으로 메우는 식의 파행적 운영을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우정사업 민영화는 이같은 상황을 바탕에 깔고 있다. 민간경영 기법을 접목시켜 수익체질로 뜯어 고치지 않으면 공적자금의 투입으로 국민들의 세금만 축내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우정공사는 민영화로 가는 과정에서 과도기적 성격을 띠고 출범하는 조직이다. 일본우정공사법에 설립 근거를 두고 있어 정치권의 입김에 흔들릴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이쿠다 회장의 캐릭터와 수완을 주목,그가 관료사회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창조적 파괴자가 될 것이란 점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 게이오대 출신인 그는 일본 재계에서 개혁파의 선봉이며,국제 경제에 밝은 논객으로 통한다. 합리주의를 주창하면서도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추진력으로 수 많은 일화를 남겼다. 상선 미쓰이의 전신인 오사카 상선미쓰이선박의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1999년 정부 은행 등 외부 개입을 완전히 배제한 채 나빅스라인과의 합병을 전격 성사시켜 재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게 그 예다. 우정공사를 원가의식과 수익 마인드로 철저히 무장시킬 것임을 분명히 한 그는 "세계로 눈을 돌려야 시대를 읽을 수 있다"며 우정사업의 대변혁을 예고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