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잇따라 정부를 비판하는 소신발언을 내놓고 있다. 박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장관은 12명인데 한국은 20명이 넘는다"며 "요즘의 국무회의는 국정보고회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그의 주장 요지는 정부가 너무 방만하게 운용되고 있다는 것.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등은 합치는게 바람직하다"며 공무원들이 금기로 여기는 부처통합론도 개진했다. 박 회장은 또 "정부는 큰 틀과 전략을 짜고 전쟁을 지휘해야 하는데 틈만 나면 사업자들이 하는 전투에 일일이 간섭한다. 구체적인 전투는 기업이 훨씬 잘 한다"고 정부의 불필요한 간섭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잘 된 것도 정부가 잘 몰라서 그냥 내버려뒀기 때문"이라며 "문화관광부에 바둑과가 생기면 그때부터 우리 바둑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와 함께 "재정경제부가 현안에 매달리다 보면 큰 그림을 못본다"고 지적하면서 "경제정책을 전반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과거 경제기획원과 같은 조직으로 바뀌는게 낫다"고 말했다. 또 정부와 재계의 핫이슈인 주5일 근무제에 대해서는 "찬성은 하지만 왜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임금협상까지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수십만 기업의 임금협상에 나서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노동부는 노동자부,농림부는 농민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정부가 추진중인 경제특구와 관련해서도 "외국인들이 마음 놓고 자녀교육을 시킬 수 있고 비교적 저렴한 값으로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지 않고서는 외국기업을 성공적으로 유치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급조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모든 사람이 외국을 가봐야 교육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소 거침없는 소신발언으로 유명한 박 회장은 지난달 1일에도 방용석 노동부 장관에게 "노는 제도를 국제기준에 맞추려면 일하는 제도도 국제기준으로 하라"며 정부의 주5일 근무제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보냈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