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대표적 민관 공동위원회인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무역위원회가 위원장 유고(有故) 상태를 맞은채 표류하고 있다. 대한생명 등 부실기업 매각과 외국산 덤핑공세 차단 등 중요한 국가경제 현안을 처리해야 할 두 위원회는 아직도 신임 위원장 선임의 윤곽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민간위원장 선임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강금식 현 위원장이 정계 진출을 이유로 사퇴 의사를 표명한지 두 달이 다 되도록 후임자를 찾지 못해 정상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공자위는 지난 19일 서울은행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면서 사의를 밝힌 강 위원장에게 사회봉을 맡기는 '변칙'을 동원하기까지 했다. 정부측은 최근 공자위원으로 위촉된 전철환 전 한국은행 총재에게 후임 위원장직을 맡아줄 것을 설득하고 있지만 전 전 총재가 완강하게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자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대안이 없다"며 "앞으로 열릴 전체회의에서도 한 두 차례 정도는 더 강 위원장이 사회를 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선장'의 유고로 파행 운영의 위기에 빠져있는 공자위지만 최근 대한생명과 서울은행의 처리 과정에서 '깐깐한 심사'를 고수, 매각 가격을 끌어올리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생명 매각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그룹을 선정하면서 '헐값론'과 '인수자격론' 등 까다로운 잣대를 제시, 당초 1조5백억∼1조6백억원으로 합의됐던 대한생명의 매각가치를 1조4천2백억원으로 끌어올리는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것. 공자위원들은 대생 가격을 재산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 '국제입찰 관례에 맞지 않는 딴죽걸기'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서울은행 매각도 마찬가지다. 공자위는 당초 지난 7일 회의에서 하나은행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매각 조건을 더 따져봐야 한다"는 일부 위원의 제동으로 심사기간을 연장한 끝에 최소한 1조1천억원 이상의 매각금액을 보장받는 성과를 올렸다. 금융가에서는 그러나 대생과 서울은행의 최종 매각협상 등 아직 산적해있는 현안들을 제대로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선장'의 유고 상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