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5일 이른바 '교역을 왜곡하는' 농업 보조금의 대폭적인 삭감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글로벌 농산물 교역 규범을 제안, 유럽연합(EU) 등 이해 당사국들이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신(新) 농산물 교역 규범 제안은 수출장려금 등 이른바 '교역을 왜곡하는' 모든 농업 보조금을 국가별 농업 생산액 규모의 5%로 제한, 전세계적인 농업 보조금의 규모를 1천억달러 이상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고 미국 관리들은 밝혔다. 또한 향후 5년 이내에 농산물 관세를 현재 전세계 평균치인 62%에서 15%로 인하해 농산물 교역의 자유화를 앞당긴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교역을 왜곡하지 않는' 보조금은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한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자국의 농업 보조금은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로버트 졸릭 美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계획은 미국농민과 목장주, 소비자들의 승리이며 세계 경제에도 하나의 승리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농산물 국제교역에 대한 개혁 및 자유화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같은 제안은 미 의회가 지난 5월 향후 10년간 1천800억달러의 농업보조금을 미국 농가에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졸릭 대표가 발표한 이번 제안은 26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일본 나라(奈良)시에서 열리는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EU 등 5개국 농업장관회의에 전달된 뒤 다음주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 공식 상정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프란츠 피슐러 EU 농업담당 집행위원의 한 대변인은 "미국의 이번 제안은 우리가 목도했던 미국 농업법을 감안할 때 자국의 정책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대변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 5월 미국 농가에 1천80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농업법에 서명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우리는 다른 당사국들이 같은 조치를 취할 경우에만 우리의 농업 보조금을 삭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나라에서 진행될 5개국 농업회담에서 일본과 EU는 자국 농민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음을 역설하면서 농산물 시장 개방이 점진적이고 온건한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 호주는 자국 농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 농산물 시장개방 속도를 가속화할 것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돼 의견 조율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이들 5개국 농업장관들도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음을 감안, 공동성명을 내지는 않을 계획이어서 각국의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이틀간의 회의가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장관 회의 개막에 앞서 호주는 자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이 완전히 차단됐음을 이유로 들어 일본에 호주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요구했으나 일본은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나라 AP.AFP=연합뉴스)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