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의회가 자국내 대규모 농업보조금 지원방안을 승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농업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와 수출보조금 폐지를 촉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25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에 따르면 앤 베너먼 미국 농무장관은 26일 일본 나라(奈良)에서 일본, 호주, 캐나다, 유럽연합(EU) 농업장관들과 회담을 갖고 이같은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신문은 미국 정부의 이번 제안이 농업분야 자유화를 위한 공개적인 시도로, 5년내 수출보조금을 폐지하고 모든 농업관세를 현재 전세계 평균치인 62%에서 최소 25%로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미 정부 관리들을 인용, 로버트 졸릭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5일 워싱턴에서 이같은 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론상 미국의 제안이 실행에 옮겨지면 수출보조금을 지급할 여유가 없는 빈곤국들에게는 도움이 된다.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 시절 농업교역 협상대표를 지낸 피터 셰르는 "아프리카의 문제점은 아프리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출보조금"이라면서 "이번 새로운 제안은 미국 시장 접근이라는 개발도상국의 필요성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그러나 미국 의회가 올해 초 농업 보조금 증액을 골자로 하는 농업법을 통과시키는 등 괴리감을 보이고 있어, 졸릭 대표와 베너먼 장관은 먼저 자국 문제부터 말끔히 처리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U집행위원회의 그레고르 크로이츠후버 농업담당 대변인도 "미국의 이번 제안은 우리가 목도했던 미국 농업법을 감안할 때 자국의 정책과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미국이 자신들의 보조금 제한선도 맞출 수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에 농업보조금 1천180억달러를 지원하는 농업법에 서명했으며, 이에 대해 전세계는 이것이 보조금 철폐를 추진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정책에 역행한다고 비난해왔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미국의 농업보조금이 유럽과 일본 수준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WTO는 농업보조금으로 미국에 190억달러, 유럽에 600억달러, 그리고 일본에 300억달러를 허용하고 있다. 신문은 그러나 미국의 이번 제안에 농업교역 자유화을 위한 전세계 합의 도출에 있어 주요 분야중 하나인 유전자변형(GM)식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