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노사정위원회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정부가 23일 입법 절차에 들어갔으나 정치권의 입장 차이와 노사 반발 등으로 향후 입법과정에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방용석(方鏞錫) 노동장관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노사정위 협상 경과와 정부입법 방침을 보고한뒤 정부안 마련 등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착수했다. 방 장관은 이에 앞서 22일 밤 노사정위 협상이 결렬된 뒤 "주40시간 근로와 주5일 근무제는 국민의 78%가 희망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안에 대해 국회에서도 거부하거나 지연시킬 명분이 없어 통과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정부 입법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해 국민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높은 만큼 정치권에서 쉽게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이 2002년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었기 때문에 정치권 설득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도 깔려있다. 또한 노사정 협상이 '임금보전' 방법에 대한 노사 이견으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논의과정에서 대부분의 쟁점들에 대해서는 노사가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룬 점도 정부 입법 추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희망섞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향후 입법과정에서 법안을 처리할 정치권의 입장 차이와 노사 대립 등 적지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자민련은 23일 논평에서 "정부의 단독입법은 또 다른 노사갈등을 야기시키기 때문에 노사정 합의를 토대로한 합리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며 정부 입법 추진에 반대입장을 분명히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도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모든 작업장에 대해 주5일근무제를 법으로 일률적으로 강요하는 정책은 시기상조"라며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천달러가 된 이후에나 주5일근무제를 실시하기 시작했다"고 말해 정부입법 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더구나 노동계는 향후 입법과정에서 법안 내용을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해 상당한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며, 경영계는 입법안이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입법자체를 지연시키는 전략을 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협상 결렬의 책임을 경영계에 돌린뒤 "정부 입법추진과정에서 노동계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모든 성의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그러나 노동계가 수용하기 어려운 안으로 입법이 추진되면 이의 저지를 위해 하반기 투쟁을 힘차게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성명에서 "주5일 근무제 도입을 구실로 영세 비정규직 노동자의 주5일 혜택을 제외하는 단계별 도입이나 휴일휴가 대폭 축소, 생리휴가 무급화 등에 대해서는 총파업을 불사하는 투쟁으로 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5단체도 이날 성명을 통해 협상 결렬의 책임을 노동계와 노동부에 돌리고 "국제기준과 관행을 토대로 근로자의 삶의 질과 기업의 경쟁력이 조화롭게 균형되는 방향으로 입법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입법과정에서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대국회 로비 등을 통해 '입법 무산'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사의 입장이 맞서는 사안이기 때문에 노동부가 최대한 국제적 기준과 원칙에 충실하게 법안을 만들어 노사는 물론 정치권을 설득하는 등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지난 2년여동안 노사정 합의가 힘들었던 만큼 정부 입법과정도 험난한 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한 기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