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스티븐 애플턴 사장의 발언을 계기로 하이닉스반도체 매각협상 재개여부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채권단도 하이닉스 이사진을 새로 선정하고 구조조정방안을 다시 짜고 있어 조만간 하이닉스 처리방안이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그러나 마이크론의 주가하락과 하이닉스 핵심기술 인력의 이탈가능성 등이 맞물려 매각협상이 재개되는데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협상재개 원하는 정부와 마이크론=정부와 채권단은 오는 20일께 도이치은행의 실사결과가 나오고 24일의 임시주총이 마무리되는 대로 재협상을 모색할 것이라는 예상이 유력하다. 정부 고위층에서는 특히 매각협상 재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채권단과 마이크론측은 각각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채널을 통해 물밑접촉을 갖고 재협상 추진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왔다는 얘기도 있다. 마이크론이 협상재개 의사를 표명한 것은 스스로의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 3·4분기(3∼5월)중 2천4백20만달러의 적자를 내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검토 대상에 올라있다. 2백56메가,DDR 등 차기 주력제품시장에서 선수를 빼앗긴데다 3백㎜ 웨이퍼 투자에 대한 준비도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9월께에는 그동안 미뤄온 투자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입장이어서 매각에 적극적인 한국정부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협상이 불발되더라도 애플턴의 발언으로 20달러대로 급락한 주가와 반도체가격을 띄울 수 있다면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도 있다. ◆걸림돌은 여전=우선 20달러대로 떨어진 마이크론의 주가가 가장 큰 문제다. 지난번 매각협상시 기준가격인 35달러에 크게 못미치고 있어 채권단의 채권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더욱이 최근 미국 법무부가 D램업계의 독점금지법 위반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태여서 양사가 매각협상을 당장 재개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한 관계자는 "미국 법무부의 조사는 진행중이던 M&A(기업인수합병)협상도 깨뜨릴 수 있을 정도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주주 노조의 이해갈등도 큰 걸림돌이다. 마이크론측 요구사항의 핵심인 △대규모 부채탕감 △15억달러 신규지원 분담 등은 1차 협상 때도 거론조차 못했던 대목이다. 또 하이닉스의 핵심 기술인력이 매각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탈하기 시작하면 매각작업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이같은 여건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는 경영정상화 후 재매각을 추진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정부고위층에서 실무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처리방안을 계속 찾고 있어 의외로 빠른 시일내에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김성택·이성태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