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는 2002년 한.일 월드컵대회가 한국 경제에 가져다준 효과에 대해 집중적 토론이 이뤄졌다. 월드컵 대회의 성공적 개최로 국가 이미지가 좋아지고 한.일 양국간 우호 관계도 새롭게 정립했다는 평가가 모아졌다. 토론자들은 월드컵 대회의 성과를 국가 경제 발전으로 연결시킬 사회 주도층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다음은 정몽준 축구협회 회장의 주제발표 내용 요약.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번 2002 FIFA(국제축구연맹) 한.일 월드컵에서 모두 일곱번의 경기를 치렀다. FIFA의 공식 기록상 승부차기까지 간 경기는 무승부로 처리되므로 스페인과의 8강전은 비긴 셈이고, 따라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경기장에서 거둔 성적은 3승2무2패다. 얼핏 보기에 중간 정도에 그친 성적임에도 우리 국민들은 한국 대표팀의 선전에 열광했다. 이렇게 보면 경기장 바깥,즉 장외 월드컵에서 거둔 성적이 훨씬 더 뛰어날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경이롭다고 할 수 있다. 대충 따져봐도 한국은 다섯 가지의 장외월드컵 경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일궈냈다. 우선 한국은 이번 월드컵대회를 통해 국제적 인지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폐막 직후 FIFA에서 발표한 축구 순위를 보면 한국은 42등에서 22등으로 스무단계나 뜀박질했다. 뿐만 아니라 열광적이면서도 질서있는 응원문화를 전세계에 과시함으로써 한국인들의 저력을 새롭게 지구촌에 보여줬다. 이 모든 것들은 세계인들로 하여금 한국에 대한 인식을 크게 개선시키는 소득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는 또 무형의 엄청난 경제적 성취를 얻어냈다. 한국의 국가이미지가 한껏 고양된 데 따른 직접적인 경제 효과 외에도 국민들로 하여금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경제적 성취다. 경제학자 케인스가 말했듯이 경제에서는 '심리'가 중요하다. 월드컵 대회는 남북한 긴장 완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대회 막판에 북한의 서해 도발사건이 일어난 것은 매우 당황스럽고 유감이지만, 적어도 이번 대회를 통해 북한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개선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잘 아는 미국인 친구가 월드컵 기간 중 평양을 방문해 겪은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그곳 사람들은 한민족이 승리를 거듭하고 있다며 무척 반겼다는 후문이다. 이번 대회는 국민 화합이라는 성과도 일궈냈다. 지난 88년 스페인 대회와 98년 프랑스 대회에서 이(異)민족간의 문제가 희석됐듯 이번 대회는 한국인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한.일 양국의 공동개최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인식 역시 상당히 개선됐다. 질서정연한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일본인들이 한국인의 저력에 새삼 주목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국가를 이끄는 리더십이다. 경제계 리더들도 내부적으로는 효율성을 높이고, 바깥으로 나가면 자신있게 한국을 설명할 수 있게끔 경쟁력을 한층 높여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포스트 월드컵' 대책의 하나로 한.중.일 프로리그가 거론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교류 시스템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선수들이 너무 많은 시합으로 혹사당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제 축구계는 어떻게 축구 시합 수를 줄이느냐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 보다는 프로축구단 숫자를 늘리는 일이 급선무다. FIFA에서 독립된 리그로 인정받으려면 소속 구단숫자가 16개를 넘어야 하는데 한국의 K리그는 10개 구단만이 참여하고 있다. 월드컵대회를 통해 제고된 축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국내 프로축구 활성화에 활용하는 일이 최우선적인 과제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