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보일러는 '조용한' 회사다. 24년동안 묵묵히 보일러로 한 우물을 파왔다. IT나 신경제로 요란했던 시기에도 동요하지 않고 보일러 한 길을 걸어 왔다. '굴뚝업종 표본'이라는 비아냥거림도 한귀로 듣고 한쪽으로 흘려버렸다. 하지만 경영 성적표를 놓고 보면 경동보일러는 IT 유명기업들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천7백95억원. IT시대가 전개됐던 1999년이후 3년동안 연평균 20%의 고성장을 구가했다. 같은 기간동안 내실도 더욱 탄탄해졌다. 순이익이 1998년도의 18억원에서 2001년엔 1백8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익금으로 차입금을 갚아버려 올해부터는 무차입경영에 들어갔다. 경동보일러는 업계내에서도 정상급으로 손꼽힌다. 선발업체에 비해 15년정도 늦게 보일러 제조업에 뛰어들었지만 지난해 순이익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경동보일러가 더 할 나위없이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기회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일러업계에 두번의 호기가 지나갔다고 말한다. 첫번째가 1988년 올림픽을 전후한 난방 문화의 변화 시기다. 대부분의 가정이 연탄 난방을 기름보일러로 대거 교체했다. 경동보일러는 이 흐름을 정확히 포착해 기름보일러 생산에 박차를 가해 매출 외형 성장에 가속도를 붙였다. 두번째 기회는 1997년말의 외환위기 이후 현재까지이다. 가스보급 확대로 기름보일러가 가스보일러로 교체된 것이다. 1995년부터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준비해온 경동보일러는 순풍을 타왔다. 물론 경동보일러에도 힘든 시기가 없지는 않았다. 1990년대 초반 보일러를 유망한 아이템으로 생각했던 삼성 LG 롯데같은 대기업 그룹들이 일제히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금력과 마케팅에서 밀리는 경동보일러에 큰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경동보일러는 돌파구를 애프터서비스에서 찾았다. 겨울에 보일러가 고장날 경우 3시간 이내에 고쳐야 한다는 목표아래 전국적인 수리망을 갖추었다. 치열한 영업경쟁의 결과로 대기업들은 1995년께 손을 들고 보일러에서 손을 땠다. 경동보일러는 보일러 업계에 '제3의 기회'가 다가 오고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효율과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감에 따라 보일러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회사 경영진의 예측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몇년전 발생했던 변화처럼 효율과 환경을 중시하는 추세가 한국에서도 대세를 이룰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에따라 경동보일러는 콘덴싱 보일러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해 놓았다. 콘덴싱보일러는 열을 압축시켜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연소후 생기는 이산화탄소를 격감시킬 수 있는 첨단 보일러다. 경동보일러는 제품 고급화와 더불어 해외시장 개척에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에 생산공장 및 현지법인을 이미 세웠다. 카자흐스탄에도 현지법인을 만들었다. 이들 국가에선 소득향상으로 보일러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미리 투자해 놓은 것이다. 경동보일러는 '준비된 경영'으로 '조용하게' 최고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