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이 5일 콜금리 목표를 현 수준(연 4.25%)에서 유지키로 한 것은 최근의 원화 환율 하락과 국제유가 안정으로 아직은 물가상승 압력을 견딜 만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경기상황이 10년 호황 뒤 하향 조정되는 모습이 완연하고 국제 반도체 가격 전망도 불투명해 수출환경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환율 하락이 물가를 억제=5일 현재 원화 환율은 작년 말 기준으로 7.7%나 하락,수입 원자재 가격을 낮추면서 물가상승 압박을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환율 하락은 그러나 한국 수출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3.1% 가량 악화시키는 작용도 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지난 4월 수출이 1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5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7.8% 늘었지만 미국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지 않고 있어 본격적인 수출 증가행진을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반기엔 고성장 예고=한은은 지난 4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5.7%로 예상했으나 이날 전망치를 6∼7%로 상향 조정했다. 소비와 건설투자의 호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출과 설비투자도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따른 조치다. 박승 한은 총재는 "올 2·4분기 성장률은 1·4분기(5.7%)보다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올 3·4분기 중 한은이 콜금리 목표 수준을 0.25∼0.50%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적어도 작년 미국 9·11테러 이전 수준(연 4.5%)까지는 금리를 돌려 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시중자금의 총량을 나타내는 총유동성(M3) 증가율이 지난 3월 12.9%로 감시범위(12%)를 넘어선 뒤 4,5월엔 13%대에 이른 것이 통화당국엔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정한영 금융연구원 경제동향팀장은 "현 금리 수준이 가계대출이나 건설투자 부문의 과열을 잡았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