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일본 엔화가치가 125엔대까지 상승하는 등 엔고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 4월까지만 해도 130엔대 안팎에서 오르내렸던 엔화환율은 지난주 일본 재무성측이 "이기적인 환율개입 정책에 나서지 않겠다"고 언급, 엔고에 불을 지폈다. 지난 17일에는 해외 외환시장에서 엔화환율이 한때 1달러당 125엔에 거래됐으며,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 20일에도 엔고의 여세는 꺾이지 않은 채 125엔대를 유지하고있다. 이같은 현상은 일본 정부가 `경기의 저점 진입'을 선언하는 등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올 초부터 `일본 팔기' 현상이 우려될 정도였던 엔저현상은 경기회복과 함께 `일본 사기'로 유턴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지난해부터 줄곧 엔저의 유도 내지는 방관을 통해 국내 경기부양을 꾀해 왔다는 점에서, 최근의 엔고현상은 일본 재무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있다. 당국은 엔저가 계속되면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의 수지가 개선되고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해 디플레이션이 극복될 수 있다는 계산 속에서 엔저에 뒷짐을 지고 있었다. 그러나 돌연 엔고현상이 이어지자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재무관은 20일 "필요하면 외환시장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시장에서는 구로다 재무관의 언급에 대해 "새로운 것이 아니다"며 엔화 사기에 열중했다. 이같은 엔고현상에 대한 일본의 반응은 두갈래이다. 모처럼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엔고현상이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켜 다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와, 닛케이 주가가 상승세에 있는 한 어느정도의 엔고는 용인할수 있다는 느긋함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회복과 함께 나타난 엔고현상을 대하는 일본 재무당국의 태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