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제대를 하고 이번달에 3학년에 복학한 김상희씨(24.고려대). 새 학기가 시작되기 보름 전인 지난달 14일부터 방을 구하러 종암동 학교 근처 부동산 업체와 하숙집을 샅샅이 뒤졌지만 방값이 턱없이 올라 결국 고시원에 자리를 잡았다. 1평 남짓한 조그만 공간에 책상이 들어가면 잠자는 정도가 고작이지만 김씨는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용돈과 아르바이트 수입은 휴학하기 전과 다름이 없는데 방값과 생활비는 턱없이 많이 올라 주거비를 줄이는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회복 조짐을 틈타 아파트값, 상가 임대료 등이 줄줄이 오른데 이어 생활물가가 들먹거리기 시작했다. 주부들은 농.축산물 가격 오름세로 장보기가 두렵다고 푸념한다. 여기에 새 학기를 맞아 자녀 학원비와 등록금 등 교육비마저 급등하면서 서민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주부 김모씨(42.동대문구 장안동)는 "어제(5일) 찬거리와 과일까지 살 요량으로 1만원을 가지고 슈퍼에 갔는데 갈치 1마리와 달걀 10개, 상추 1근을 장바구니에 담고 보니 9천6백원이어서 과일을 못샀다"며 "한달새 전부 1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회사원인 최모씨(38.강남구 역삼동)는 부인의 성화에 못이겨 가뜩이나 부족한 한달 용돈을 20%나 줄이는 고통을 감내하기로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이 다니는 강남 E어학원의 영어과목 월 수강료가 지난달 23만원에서 3월에는 25만2천원으로 껑충 뛰는 등 교육비가 올랐기 때문. 학교 주위 전세값과 하숙비 등 집값 인상의 여파로 학생들이 고시원 등 값싼 숙소로 내몰리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방값이 높은 편인 연세대 등 대학이 밀집한 신촌의 경우 독방 기준 작년 말 최고 50만원 정도이던 하숙비가 57만원까지 치솟았다. 원룸(독방)은 낮은 시중금리로 대부분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며 5∼6% 정도 값이 올랐다. 이화여대 근처 10여평 남짓한 원룸의 경우 가장 비싼 것은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65만원이나 한다. 올들어 대학 등록금도 5% 이상의 인상률을 나타냈다. 연세대는 지난 2000년 9.09%에 이어 작년 5.9%, 올해 6.7%를 인상키로 했다. 고려대 재학생의 경우 지난해보다 인문.사회계열 등록금이 5.9%, 이학.체육계열은 6.4%, 공학.예능계열은 6.8% 각각 상승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비자물가가 전달인 1월에 비해 0.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2월 0.2% 상승률에서 0.3%포인트 오른 셈이다. 특히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서는 무려 2.6% 올랐다. 특히 1∼2월중 가장 많이 오른 품목으로는 토마토(인상률 73.2%)를 비롯해 중.고등학교용 교과서(11.2%), 자동차면허 취득수수료 등 자격증 응시료(7.1%), 초등학교 참고서(6.9%), 자동차용 LPG(4.0%) 등이 꼽힌다. 대신경제연구소 권혁부 책임연구원은 "최근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집값이나 서비스 요금 등을 중심으로 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꿈틀대고 있다"며 "특히 오는 6월 지자체 선거와 월드컵 행사를 맞이해 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을 감안할 때 2.4분기에는 3% 이상의 물가 상승률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용석.임상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