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교역비중의 3.5%를 차지하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다자무역협상 판도에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공산품 서비스 반덤핑규범 등 여러가지 쟁점에서 한국과 이해관계가 비슷한 중국을 잘 활용한다면 향후 협상을 유리하게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WTO '도하 개발 아젠다(DDA·일명 뉴라운드)'협상의 최일선 사령탑을 맡고 있는 정의용 주 제네바대표부 대사는 17일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추진중인 중국이 초기엔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주도권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크지만 궁극적으론 무역자유화의 대세에 적극 동참할 전망"이라며 "한국이 쟁점별로 중국과 전략적 공조체제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 대사는 또 "지난해 11월 도하 협상 이후 개도국의 목소리가 전례없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는 다자협상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일관적인 논리를 가진 국가들이 협상에서 힘을 얻기 시작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한국이 협상 진행상황에 따라 입장을 자주 바꿀 경우 다른 나라의 신뢰를 잃게 되고 당초 의도한 협상목표를 달성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무역정책이 개방형 통상국가를 지향하는 만큼 기존의 수세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공세적인 입장에서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한국의 취약 산업인 농업 분야의 경우에도 개방과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이에 필요한 경과조치와 지원수단을 협상 테이블에서 더 많이 얻어내는 전략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정 대사는 한국의 개도국 지위문제와 관련,"서비스 반덤핑 공산품 등 대부분의 쟁점에서 선진국 입장에 서있는 만큼 개도국 지위를 보장받으려면 더 큰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잘못된 기대감을 일찌감치 버리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에 유리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이를 협상과정에서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의 DDA 협상 준비상황에 대해선 "통상교섭본부를 창구로 관련 부처들이 태스크포스팀을 가동중"이라며 "조만간 WTO 무역협상위원회(TNC) 산하의 7개 협상그룹에 대응하는 협상팀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협상 일선인 주 제네바대표부에도 농업 서비스 공산품 환경 규범 싱가포르이슈 등 6개 협상팀을 구성하는 한편 협상 인력을 현재 13명에서 연말까지 20명으로 대폭 늘릴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사는 한편 "TNC의 협상그룹들이 3월 이전에 첫번째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올해엔 협상 방식과 범위 일정 등 절차 문제가 주로 다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특히 "DDA 협상에는 초기 단계부터 각국의 통상장관과 전문가들이 적극 참여할 전망"이라며 "우루과이라운드와 달리 DDA 협상은 타결시한인 2004년까지 대체적인 윤곽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