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물질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서울대화학부 동력학적 반응 유도 연구단의 김명수 교수(53)팀은 레이저를 활용해 여러가지 형태의 분자 가운데 특정 형태만을 선택하는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에따라 물질합성 연구에 전기가 마련됐다. 지금까지는 신물질을 합성할 때 온도와 압력을 변화시키거나 촉매를 사용하는 화학적인 방식을 썼지만 앞으로는 분자에서 원하는 부분을 조작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레이저를 이용한 동력학적 컨트롤 방법은 아직 신물질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의 연구는 아니다. 다만 화학적이 아닌 동력학적으로 분자를 조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김 교수팀은 레이저를 활용해 분자가 갖고 있는 다양한 형태 가운데 한가지를 선택하는데 성공했다. 김 교수는 "동일한 분자도 형태에 따라 다양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킨다"며 "분자에 미세한 파장을 갖는 레이저를 쏘면 전자를 떼어내 한가지 형태만 골라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팀은 실험을 하기 위해 우선 ''1-요드화프로판''을 진공에서 영하 2백40도로 냉각시켜 단일한 형태로 만든 후 자외선 레이저를 쏘아 이온화시켰다. 여기에 다시 가시광선레이저를 쬐면 요드 원자가 떨어져 나가 완전히 다른 형태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현 단계는 특정 분자에서 원자를 분리하는 정도지만 앞으론 신물질을 만들어 내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연구결과가 장기적으로 신물질 합성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단백질 분석에 활용돼 분자수준의 치료법 개발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김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학술지인 네이처 17일자에 게재된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