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빈(李濱) 주한 중국대사는 7일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상해야 한다는 일본의 주장은 일방적인 시각"이라며 "위안화 환율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공식가입 이후 상대국과의 상호개방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혀 농산물 등의 한국 시장개방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임을 시사했다. 리빈 대사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고학용) 초청 강연회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최필규 한국경제신문 국제부장과 박승준 조선일보 중국 전문기자가 패널리스트로 참가, 리빈 대사와 질의응답을 벌였다. 리빈 대사의 강연 및 응답 내용을 간추린다. ◇ 위안화 평가절상 없다 =일본이 중국때문에 산업공동화가 발생하고 있고 이에따라 위안화를 평가절상하지 않으면 양국간에 심각한 정치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쪽의 시각일 뿐이다. 위안화의 평가절상은 여러 요인을 감안해야하며 이들 요인이 모두 충족돼야 중국 당국도 이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는다. 1997년 아시아 국가의 외환위기때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켜 이들 국가의 위기극복에 도움을 줬다. ◇ 불량 농.수산물 수출 검역 강화하겠다 =중국 농.수산물 수출 제품 가운데 약간이나마 불량품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농.수산물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시험검사 결과를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한국의 관계 당국에 요청했다. 본국에 정확한 상황을 보고해 검역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 문제는 양국의 우호적인 협상으로 처리돼야 한다. 그러나 중국 수출품의 품질이 문제있다는 인식은 잘못이다. 중국의 대한(對韓) 수출품 품질 불량비중은 0.2∼0.3%다. 다른 국가의 대한 수출품 불량비중(0.5∼0.7%)의 절반수준이다. ◇ 외국기업에 개방은 확대하지만 특혜는 없앤다 =중국은 WTO 가입으로 전방위적으로 개방을 진행하면서 상호개방도 추진할 것이다. 한.중 양국의 경제관계를 한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양국의 경제.무역은 매우 강한 보완성을 갖고 있다. 내년 8월24일로 한.중 양국은 수교 10주년을 맞는다. 양국 관계는 모든 영역에 걸쳐 장족의 발전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WTO의 평등 원칙에 따라 경제특구에 있는 외국기업에 대해서도 세제혜택을 줄여 점차 내국인 대우를 해 나갈 것이다. ◇ 남북 통일문제는 자주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탈북자에 대해 한국인들이 혈육의 정으로 대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중국 정부는 공정하게 다룰 수 밖에 없다. 탈북자라고 해서 유엔 회원국이자 국제사회의 독립주권국이며 내부 정치상황이 안정된 나라(북한)의 국민을 난민으로 판정할 어떤 이유도 없다. 국제적인 난민기구가 개입하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남북한 통일문제는 양국이 인내와 성의있는 대화를 해야 진전이 있을 것이다. 중국의 6.25전쟁 참전은 본국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전쟁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이제는 지나간 역사일뿐이다. 중국 국적을 가진 조선족은 언제 중국에 왔는지 상관없이 모두 중국 국민이다. 중국은 2중 국적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리=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