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경제통계가 도무지 현실과 달라 알쏭달쏭하다. 부도율이 낮아지고 있는데도 기업들의 신용불안은 여전하고 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지만 취업난·고용불안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기업의 재무구조를 보여주는 부채비율이 2백% 밑으로 떨어졌지만 차입금 의존도가 더 커지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못하는 기업이 10개중 3개에 이른다. 이같은 통계와 현실의 불일치로 인해 정부가 경제정책을 짜는데 자칫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리송한 부도율=전국 어음부도율은 지난달 0.23%였고 9월엔 0.11%에 불과했으며 부도업체수는 10년래 최저였다. 이달 부도액의 상당부분이 대우그룹 계열사의 만기 회사채여서 이를 제외하면 부도 발생은 극히 미미하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의 신용위험에 대한 불안은 더 커졌다. 안전자산인 3년만기 국고채와 비우량(BBB-) 회사채의 금리격차(리스크 프리미엄)는 지난 3월 6.22%포인트에서 7월 5.37%포인트로 축소됐다가 지난달 5.71%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우량(AA-)·비우량 회사채간 금리격차도 4.1%포인트 대에서 거의 변동이 없다. ◇괴리감 큰 실업률=실업률은 지난 9월 3.0%,10월 3.1%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실업률만 보면 마치 경기가 활황인 것처럼 보인다. 미 테러사태를 전후해 미국 일본의 실업률이 10년래 최고치인 5%대로 올라선 것과 천양지차다. 그러나 현실에선 대기업들의 명퇴·감원이 속출하고 대졸자 취업난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IMF체제 초기와 유사한 상황인데 실업률은 절반도 안되는 현실에 대해 정부도 딱 부러지는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따로 노는 부채비율=제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 6월말 현재 1백98.3%로 작년말보다 12.3% 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삼성전자 하이닉스 대우계열을 제외하면 거의 선진국 수준인 1백67.2%이다. 그러나 제조업의 총자본에서 부채비중을 보여주는 차입금의존도는 42.1%로 작년말보다 0.9%포인트 높아졌다. 저금리 기조속에 자기자본 증가로 부채비율은 낮췄지만 부채 감축에 실패한 탓이다. 또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업체가 30%에 이른다. 한은 관계자는 "단순히 부채비율 하락만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종 비용증가가 매출증가보다 커 매출이 늘어도 수익이 악화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