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호 출자 및 상호 빚보증 금지 대상 기업을 대폭 늘리기로 함에 따라 자산총액 1조5천억∼2조5천억원 수준인 30대 이하 중견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20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룹들이 오는 2003년 3월까지 기존 상호 출자분과 상호 빚보증을 없애야 한다. 이들은 또 기존 30대 그룹과 마찬가지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내부거래에 대해서도 조사받게 된다. 30대 그룹은 '출자총액규제 완화'라는 수확을 거뒀지만 이들 중견그룹은 새로운 규제만 당하게 된 셈이다. ◇ 상호 출자 등 금지 확대 =현행 공정거래법은 30대 그룹에 대해서만 계열사간 상호 출자와 빚보증을 금지하고 있다. 대규모 기업집단 기준이 '30대 그룹'에서 '자산총액 5조∼10조원 이상인 그룹(12∼19개)'으로 축소되면 상호 출자와 빚보증이 금지되는 그룹도 덩달아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규제 당국은 계열사간 상호 출자와 빚보증을 '가공 자본을 무한정 만들고 과다 차입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출자총액보다 더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모든 기업에 규제를 확대 적용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해 우선 자산규모 1조5천억원 이상인 기업까지만 규제한다는 것이다. ◇ 어떤 기업이 포함되나 =공정위는 30대 그룹까지만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8월 현재 자산규모 32위인 고합의 자산규모는 2조5천억원 수준. 또 지난해 자산총액 1조5천억원이었던 대한전선의 재계 서열이 50위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추가로 20개 그룹 정도가 새로 규제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이 신용공여액이 많은 60개 그룹을 추려 발표하는 '주채무계열제도'에 포함된 기업중 상당수도 자산규모가 1조5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대상 대우건설 한국타이어 동국무역 갑을 신호 풍산 진도 삼보컴퓨터 삼양 동원산업 등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내년 4월초 새로 규제를 받게 될 기업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 부당내부거래 조사 대상도 확대 =현행 공정거래법은 모든 기업에 대해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 공정위는 그동안 30대 그룹만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공정위가 부당내부거래 조사 대상을 넓히는 것은 상호 출자 및 빚보증 금지 대상 확대와 궤를 같이한다. 공정위가 이들 중견그룹의 상호 출자와 빚보증 규모를 파악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부당내부거래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혐의를 포착하는 데 결정적인 근거가 되는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이사회 의결 및 공시 의무'를 갖는 그룹을 자산 1조5천억원 이상인 그룹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 역류하는 규제완화 =상호 출자와 상호 빚보증 금지 대상 그룹을 확대하자는 데는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사이에 이견이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도 상호출자 금지를 모든 기업에 확대할 것을 조언한 상태다. 그러나 획기적인 기업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재계의 반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꾸로 가는 규제완화라는 비난이 제기될 수도 있다. 출자총액 규제를 완화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정부안은 '30대 그룹제도'를 '50대 그룹제도'로 확대한 것과 다를게 없다는 지적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