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디폴트를 공식 선언하진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디폴트로 간주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국제금융시장의 '아르헨 쇼크'는 크지 않다. 지난 주말 세계증시와 환시는 아르헨사태에 무덤덤했다. 앞으로도 공식적인 디폴트선언이 없는 한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악화돼 디폴트가 공식 선언되면 그 충격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 무덤덤한 시장 =디폴트설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달말 세계증시는 요동쳤다. 미국과 유럽주가가 2~3% 떨어졌다. 하지만 아르헨티나가 사실상 디폴트에 빠진 지난 주말(2일) 국제금융시장은 별다른 쇼크를 받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증시는 대부분 강세였다. 심지어 브라질과 멕시코주가도 올랐다. 아르헨 사태는 국제금융시장의 재료가 되지도 않았다. 아르헨증시의 메르발지수는 3%(6.49포인트) 떨어졌지만 낙폭이 크지는 않았다. 이는 아르헨 디폴트가 세계경제에 악재인 것은 분명하나 그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등 해외의 유력 경제지들은 '아르헨사태는 1년여 전부터 예견돼 온 것이어서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지적했다. ◇ 국제사회의 반응 =국제사회는 일단 아르헨 경제대책에 호의적이다. 경제대책의 요지는 △채무스와프와 △소비촉진으로 이중 채무스와프 조치는 사실상의 디폴트선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채무스와프(debt swap)는 현재 금리가 연 15%인 국채를 연 7% 이하로 대폭 낮춘 새로운 국채로 바꿔주겠다는 것. 이는 애초에 약속한 금리로 이자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디폴트로 간주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선진7개국(G7)은 채무스와프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IMF와 G7은 "아르헨티나가 경제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한 점을 환영한다"면서 "이를 지원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가 등 국제금융시장 전문가들은 IMF나 G7이 아르헨에 추가 지원을 하지 않는 한 아르헨 경제대책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BNP파리바은행의 호세 바린노에보 연구원은 국제사회의 추가지원이 있어야 사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무디스와 피치 등 신용평가기관들도 아르헨의 국가신용도를 사실상 디폴트상태인 'cc등급' 수준으로 낮췄다. ◇ 후속조치및 정식 디폴트위험 =페르난도 델라루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오는 11일 워싱턴을 방문, 미국의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가 지원의사를 분명히하면 아르헨티나 사태는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지원이 립서비스에 그치고 실질적인 자금지원에 나서지 않으면 채권단은 아르헨티나의 채무스와프 조치를 거부할수 있다. 이경우 아르헨티나는 어쩔수 없이 디폴트를 공식 선언, 세계경제는 작지 않은 충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공식 디폴트시 △국제자금의 신흥시장이탈 △미국 등 세계증시 하락 △중남미 통화가치 급락사태 등이 우려된다. 그렇지만 지난 97~98년의 아시아 외환 위기나 98년의 러시아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때와 같은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