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거래 부당성심사 경제효율성으로 따져야 ] 이규억 < 아주대 교수 uck@madang.ajou.ac.kr >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계열기업간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를 엄격히 해 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내부거래 규제의 핵심적인 문제는 기업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있다. 내부거래를 엄격히 규제하려는 법률적 입장에서는 같은 기업집단의 계열기업들이 법적으로 독립된 주체라는 형식을 강조하여 이들간 모든 거래를 다른 독립기업들과의 거래와 같은 차원에서 보려고 한다. 경영의 일체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계열기업들이 비록 법적으로는 별개 조직으로 분리돼 있지만 기능적으로는 완전한 자치권을 갖지 못하므로 계열기업을 실질적으로 동일한 의사결정 체제 안에 있는 단일 조직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하튼 법적으로 독립된 기업들이 합병하거나 여러 사업활동을 전개하는 기업이 각각의 사업부문을 별개 회사로 분리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부문간 자원 이동은 기업 내부의 지원 행위여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이 분사돼 법적 위치가 바뀌었다고 별안간 '부당한' 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지나친 형식론적 접근이다. 기업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그 경계를 넘나드는 거래를 어떻게 조직하는가는 기업 전략에 의하여 결정된다. 기업의 법적 독립성을 강조하여 '내부거래'를 규제하더라도 시장 요인에 의해 형성되는 기업간 변화를 저해해서는 안된다. 앞으로 기업경쟁력은 다양한 형태의 기업간 제휴를 통해 강화될 것이다. 공정위는 계열기업간 거래도 반드시 독립기업간 시장 거래와 같은 논리와 양태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내부거래를 규제해서는 안된다. 또한 '부당 내부거래'는 계열기업간에만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가격 차별의 형태를 갖는데 외형상 차별에 대한 과잉 규제를 피하도록 주의해야 한다. 계열기업간 거래가 부당하게 되는 것은 지원받는 기업이 자신의 경쟁자를 배제하거나 좀더 유리한 입장에서 공급하는 혜택을 누리면서도 소비자가 이로부터 별다른 이득을 얻을 수 없는 경우이다. 차별적 거래에 의한 내부거래의 타당성은 그것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것인지, 장기적으로 독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얼마나 큰 것인지에 의해 평가돼야 한다. 기업집단내 특정 기업이 계열기업에 대해 다른 기업보다 유리한 가격 및 거래조건으로 취급하는 차별대우를 무조건 부당하다고 하는 것은 문제다. 계열기업의 '경쟁자'를 보호하는 효과는 가질 수 있지만 시장의 '경쟁' 자체는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는 이론과 경험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계열기업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싸게 공급받아 소비자에게 싼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비록 이 기업의 경쟁자에는 불리하더라도 소비자에게는 유리한 것이다. 그것이 경쟁의 바람직한 귀결이기도 하다. 내부거래의 부당성 여부를 심사할 때에는 경제효율의 관점에서 논리적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 대주주에 의한 부의 상속과 관련된 내부지원 행위는 경쟁저해 효과가 없는 한 조세 형평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경쟁성의 잣대로 억지로 재단하여 공정거래법의 기능을 왜곡해서는 안된다. 아울러 기업 당사자들도 비효율적인 '내부거래'를 스스로 배제하고 경제사회의 주역으로서 부여받은 책임과 기능을 좀더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