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컨설턴트인 왕씨는 아침 9시 서울 강남 테헤란로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밤사이 태평양을 건너왔거나 고객 또는 친구들로부터 온 e메일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바로 답변을 해야하는 메일에 대해 답장을 보낸 그는 나머지는 자신이 관리하는 컴퓨터의 폴더로 메일을 이동시켰다. 그는 인터넷으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상대방에게 자료를 보내고 받으며 하루를 보냈다" 대부분 회사원들의 하루는 왕씨처럼 e메일로 열리고 인터넷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메일들을 확인하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함으로써 각자의 지식 창고는 매일 새로운 정보로 신속하게 교체된다. 이런 세상을 가능케 한게 라우터라는 장비다. ◇ 라우터란 =인터넷을 통해 상대방의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와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다. 라우터라는 장비가 각 네트워크를 이어주기 때문이다. 라우터는 한 사무실에 연결된 컴퓨터들이 외부에 있는 다른 네트워크와 통신을 해야 할 경우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해 주는 용도로 개발된 특수 장비다. 한 사무실 내에서 오고가는 데이터와 달리 외부로 나가는 데이터는 라우터를 통해 어느 경로를 거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결정된다. 데이터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들은 고유의 IP 주소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IP 주소들은 사람들이 기억해 사용하기에는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1984년 DNS(Domain Name System)이 등장했다. DNS는 컴퓨터 고유의 IP 주소를 인식하기 편한 이름으로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한다. 웹을 열고 복잡한 IP 주소 대신에 단어만 입력하면 곧바로 원하는 사이트로 접속된다. ◇ 라우터의 탄생 =1984년 스탠퍼드 대학 연구원이었던 샌드라러너와 렌보섹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네트워크끼리 사랑의 e메일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같은 스탠퍼드 대학에 근무하던 개발자로부터 라우터 코드를 사들인다. 이들은 샌프란시스코에 시스코를 설립, 전혀 다른 네트워크끼리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라우터라는 장비를 생산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시스코는 몇백배의 규모로 급신장한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의 하나로 나스닥 주가를 선도하는 자리에 올랐다. 컴퓨터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와 라우터를 통한 네트워크 통신의 일반화가 일구어낸 신화다. ◇ 국내 라우터 생산 =한국은 유럽이나 일본보다도 네트워크 사용률과 관련 기술이 앞서 있다. 독자적인 기술로 라우터를 개발해 생산할 정도다. 국내 라우터 개발 전문업체들은 소형 라우터를 시작으로 그동안 외국산 장비가 독점해 왔던 국내 라우터 시장을 급격히 파고들었다. 국내 제품은 성능대비 가격 경쟁력이 탁월하다. 특히 지난 99년부터 네트워크 장비를 생산하기 시작한 다산인터네트는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이 소형 제품에만 치중하는 경향을 탈피, 고부가가치의 다양한 제품들을 연속적으로 개발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