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 위기는 제조업에서 시작됐다. 그 중에서도 정보기술(IT) 분야의 침체는 미 경제를 제로 성장의 위기로 몰고 간 주범이다. 1년전 미 산업중 가장 먼저 침체로 돌아선 제조업이 살아나야 본격적인 경제 회복이 가능하다. 4일 미 제조업계에는 약하지만 희망의 빛이 보였다. 제조업 활동을 한 눈에 보여주는 전국구매자관리협회(NAPM)지수가 예상외로 크게 호전된 것이다. 지난 8월 이 지수는 4.3포인트 급등한 47.9를 기록했다. 비록 이 지수가 경기 위축 및 확장의 경계선인 50 이하에 13개월째 머물렀지만 1996년 6월 이후 최대폭인 4.3포인트나 높아진 것은 제조업 분야의 회복 조짐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한때 10,000 선을 회복하고 달러 가치가 급등했다. 특히 유로화에 대한 달러값은 전날의 유로당 0.90달러에서 0.88달러로 치솟았다. 그러나 지난 7월 건설비용 지출액이 전달 대비 0.1% 감소,5개월 연속 줄었다. 소비자 신뢰도나 산업생산 등 다른 지표들도 대부분 좋지 않다. 따라서 NAPM지수 하나가 호전됐다고 제조업의 회복을 점치기엔 시기상조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투자가 급감하고 있어 제조업은 물론 미 경제 전체의 조기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 미 기업들의 투자 심리는 꽁꽁 얼어붙어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투자 의욕을 불어넣기 위해 올 들어 일곱 차례나 금리를 내렸지만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 지난 2분기 기업들의 설비 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6% 줄어들었다. 1982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기업 투자 감소는 곧바로 인원삭감과 소비위축으로 이어진다. 투자가 늘어나야 고용이 증진되고 경기도 살아난다. 그러나 단기적인 투자기상도는 '잔뜩 흐림'이다. 투자는커녕 창고에 쌓아두고 있는 재고정리마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가장 낙관적인 분석가들조차 일러야 내년 하반기에나 투자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신기술의 라이프사이클이 3~5년이므로 1999년과 지난해 투자된 것들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재투자될 것(모건 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딕 버너)"이란 근거다. 투자 부진으로 신경제의 자랑이었던 높은 생산성도 떨어지고 있다. 제조업 부문의 경우 올 들어 1분기(-3.6%)와 2분기(-0.2%) 생산성이 모두 떨어졌다. 생산성 하락은 1993년 2,3분기 이후 처음이다. 기업들의 투자가 살아나야 생산성도 다시 올라가면서 미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이 가능하다. 이정훈 기자·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