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정초.당시 미 국방부는 민·군(民·軍)겸용 프로그램 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었다. 군사적으로 유용하고 상업적으로도 유망한 기술개발로 국방부가 큰 부담없이 기술을 확보하자는 취지였다. 설명이 끝나자 외국기업도 참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고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질문자는 바로 일본기업 관계자였다. 최근 미국의 MD(미사일 방어)체제를 둘러싸고 국제적으로 군사적ㆍ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북·러회담에서 MD가 언급되는가 하면,미국과 일본간의 MD관련 협력이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관련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얼마전 워싱턴포스트지의 보도는 음미해 볼 만하다. 많은 국가들이 MD체제에 반대하는 가운데서도 적극 협조하는 일부 국가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은 독일 이탈리아 등과 단거리 미사일방어망을,이스라엘과는 중거리 미사일방어망을 공동개발키로 했고 일본과는 첨단미사일 개발연구 협정을 체결한 상태이며 영국과는 첨단레이더개발 공동연구에 관해 협상중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국방부문 연구개발 예산은 4백억달러를 넘어섰고 2002년 회계연도에 MD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신청예산이 83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MD를 둘러싼 이같은 국제협력체제 구축은 미국만으로 한계가 있고 어떤 형태로든 국제적 기술협력이 요구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이 MD체제의 강행을 공식 천명한 것은 지난 5월1일이다. 공화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어느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거대과학과 국방을 중시하는 공화당의 색깔,공화당의 지지기반이면서 가뜩이나 침체돼 있는 국방산업,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지적했듯 뿌리깊은 '군산(軍産)복합체'의 유산 등도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 추진배경이야 무엇이든 MD체제에는 또 다른 측면이 분명히 있다. 기술적ㆍ산업적 파급효과가 그것이다. 탐지추적 발사체 표적식별 레이저 표적조명 등 첨단 핵심기술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MD체제는 일차적으로 기술의 외부조달(spin-on)이라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나아가 이들 첨단기술은 MD체제의 목적달성과 방위산업에 머물지 않고 궁극적으로 상업적 민수부문으로 파급(spin-off)될 게 분명하다. 우주항공 등 산업의 새로운 시장기회이자 경쟁력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