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하자 한은이 14일 즉각 반박자료를 내는 등 한바탕 논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한경연이 지난 1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은이 금리인하와 통화환수라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 한은은 "시중 유동성이 충분하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통안증권 발행의 일면만 보고 있다"고 응수했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두 기관 사이의 논쟁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1989년 최종현 당시 한경연 원장과 김건 한은 총재간에도 열띤 통화논쟁이 벌어졌었다. "GNP(국민총생산) 대비 통화량이 대만보다도 적으니 돈을 더 풀라"(최 회장),"(통화량이 적다는 주장은) 통화회전 속도를 감안치 않은 단견"(김 총재)이라던 논쟁이 12년만에 재현되는 양상이다. ◇한경연의 비판=한경연은 '경기회복을 위한 거시경제정책의 유효성 제고방안'이란 보고서에서 한은이 콜금리를 인하(통화완화)하면서 동시에 통안증권을 늘려 발행(통화긴축)해 금리인하 효과를 상쇄시킨다고 주장했다. 전년동월 대비 M2(총통화) 증가율이 올 1월 25.9%에서 7월 12.5%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본원통화와 M3(총유동성)나 MCT증가율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배상근 연구위원은 "한은이 물가안정 목표 때문에 금리를 낮추면서도 실제로 적절한 통화공급에는 소극적"이라고 주장했다. ◇한은의 반박=한은은 시중에 필요 이상으로 풀린 자금만 흡수했을 뿐 올 들어 세 차례 금리를 내리면서 통화량을 계속 늘려 공급해 왔다고 반박했다. 외자유치(한국통신 DR 22억4천만달러) 통안증권 이자지급(상반기 2조5천억원) 총액대출한도 증액(2조원) 등 통화증발 요인을 그대로 방치하면 과잉 유동성으로 부작용이 커지는데 한경연이 통화흡수 측면만 부각시켰다는 것.또 M2 증가율이 낮아진 것은 작년에 30.2%나 급증한 데 따른 반사효과(전년동월비 증가율 둔화)와 은행예금이 투신권으로 이동(M2→M3)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본원통화나 유동성 총량을 나타내는 M3는 꾸준히 확대돼 유동성공급에 문제가 없고 회사채와 CP(기업어음) 등의 발행여건도 개선됐다는 주장이다. 윤면식 한은 선임 조사역은 "시중에 돈이 부족한 게 아니라 오히려 많은데 투자 소비 등 실물경기를 자극하는 쪽으로 흐르지 않는게 문제"라면서 "작년처럼 올해도 30%씩 통화량이 늘어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