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성공신화를 만들어 냈던 "벤처의 간판스타"들이 무대에서 속속 사라지고 있다. 경영책임을 지고 떠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후배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용퇴하는 경우도 있다. 27일 미국행을 발표한 권성문 KTB네트워크 사장에 이어 이민화 메디슨 회장도 조만간 경영일선에서 손을 뗄 예정이다. 이에 앞서 정문술 미래산업 사장, 염진섭 전 야후코리아 사장 등도 벤처업계에서 떠났다. ◆ 떠나는 벤처기업인들 =벤처 1세대인 이민화 회장은 메디슨의 기업분할 작업이 오는 11월께 마무리되면 경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지난 85년 7월 메디슨을 설립한 그는 벤처기업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벤처업계의 간판주자로 통했지만 벤처기업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맞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벤처업계의 대부인 미래산업 창업자 정문술 전 사장의 경우 지난 1월 후배 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경영에서 손을 완전히 떼겠다고 선언, 세인들로부터 '아름다운 은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얼마전 바이오테크놀러지 육성을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3백억원을 출연하겠다고 밝히는 등 후진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이들 외에 야후코리아의 염진섭 사장, 골드뱅크의 김진호 사장 등도 퇴장했다. 세계적인 포털사이트를 이끌었던 염 사장은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김 사장은 일본에서 인터넷 관련사업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전경련 산하 자유기업원 원장에서 벤처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해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공병호씨도 최근 '벤처 꿈'을 접었다. 지난 23일 소프트뱅크파이낸스코리아가 코아정보시스템 인수 방침을 확정하자 이 회사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것. 벤처캐피털업계의 '거장'들도 은퇴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재판에 계류중인 서갑수 한국기술투자 회장은 8월3일 임시주총에서 물러나 주주로만 남기로 하고 이정태 전 대우통신 사장을 후임자로 내정해둔 상태다. ◆ 왜 떠나나 =벤처스타들의 퇴장이유는 각양각색이어서 이를 한데 묶어 '이렇다'고 얘기할 순 없다. 그러나 최근의 벤처위기가 이들의 퇴진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코스닥등록기업의 한 사장은 "경기침체로 사업이 여의치 않은데다 이로 인한 주가하락으로 투자자들의 원성도 거세지고 있어 당장에라도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닷컴기업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고 벤처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평가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경영부진에 따른 부담감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에선 이같은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류도 있다. 우충희 인터베스트 이사는 "진입과 퇴출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환경이야말로 진정한 벤처생태계"라고 지적했다. 사실 1세대 벤처기업인들의 퇴진은 벤처기업간 세대교체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일부 벤처CEO들은 이같은 흐름을 읽고 전문경영인에게 서둘러 바통을 넘기기도 했다. 소프트웨어업체인 나모인터렉티브의 대주주이던 박흥호 사장과 김흥준 사장은 공동대표에서 이사로 자진 강등하고 최준수(40)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DVR업체인 코디콤, 열냉각전문업체인 삼영열기, 와이티씨텔레콤, 스탠더드텔레콤, 넥스텔 등의 창업자들도 전문경영인에게 CEO 자리를 내주고 물러났다. 벤처구조조정이 지속되는 한 이같은 현상은 지속되리란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