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전기업체인 S사의 K사장은 수주가 늘어남에 따라 5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몇달 동안 노력해도 2명밖에 뽑지 못하자 외국인 산업연수생(근로자)을 활용하기 위해 기협중앙회를 찾았다. 신청서를 냈지만 접수하기 곤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너무 많이 밀려 당분간 배정해 주기 어렵다는 설명과 함께. 언제쯤 외국인 연수생 공급 부족사태가 풀릴지 알 수 없다는 답변도 들었다. 이런 중소업체가 수천개에 이른다. 수출을 위해 사람이 필요해도 인력을 구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까닭은 내국인은 근무여건이 나쁘다고 중소기업을 거들떠 보지 않고 외국인 산업연수생은 쿼터가 찼다는 이유로 배정해 주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조업을 단축하거나 납기를 맞추지 못해 발을 구르는 기업이 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중소기업에 배정해준 외국인 산업연수생은 8만명. 이 인원에서 결원이 생겨야 배정해 준다. 하지만 올해는 이미 쿼터가 소진돼 더 이상 배정해 줄 여력이 없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중순부터는 아예 배정 신청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기협중앙회는 6일 밝혔다. 올들어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신청한 업체는 지난 1월 8백56개사,2월 1천1백13개사,3월 1천1백50개사,4월 1천57개사로 인원은 총 1만명이 넘는다. 이들은 결원(근무기간이 끝나 본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이 생겨야 배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업체가 대기상태에 있다보니 언제 배정받을지 기약이 없다. 게다가 연수생 쿼터 8만명 가운데는 배정받은 사업장에서 이탈해 서비스나 건설현장 등을 떠도는 4만명 가량의 불법체류자까지 포함돼 있어 실제 중소제조업체에서 정상적으로 일하는 인원은 절반에 불과하다는 게 기협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현재 8만명인 연수생 쿼터를 늘려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측에서는 불법체류자 양산,국내 실업률 상승 등의 이유로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대신 정부는 지난해 5월 연수생 체류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외국인 근로자 인권대책'을 발표했지만 부처간 조율이 지연되면서 시행이 늦어지고 있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외국인 연수생 고용업체의 60% 이상이 어렵고 힘든 3D업종의 영세기업들인 만큼 연수생 쿼터 소진으로 이들 업체의 인력난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산업연수생 제도의 보완대책을 촉구했다.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는 중소제조업체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94년 도입됐으나 불법체류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권유린 등의 문제로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3D업종의 인력난 완화에는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