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제도는 기업의 방향과 이념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인사가 변하지 않으면 기업문화도 안바뀐다.

그런 점에서 연공서열을 버리고 능력주의 풍토를 안착시키는 일은 기업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일본의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최근호(21일자)에서 "실력주의"를 커버스토리로 자세히 다뤘다.

종신고용으로 대변되는 일본의 기업문화는 여러면에서 한국과 비슷하다.

그만큼 능력주의를 정착시키는데 난관도 많다.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의 이식"이라는 고난도 수술을 진행중인 일본기업들은 이런 장애를 어떻게 넘고 있는지 상하로 나눠 정리해본다.

능력주의와 연공 서열.

유교전통이 강한 아시아 기업들에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래서 일본 샤프가 지난달 내린 결론은 ''직원들의 선택에 맡기자''였다.

선택권이 주어지는 직원들은 입사 5∼10년차 관리직 1만6천명.

이들은 연공서열의 요소가 반쯤 섞인 제도와 완전한 능력급제,둘 사이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희망접수 결과는 반반이었다.

능력급제를 선택한 직원의 경우 정기승급분은 전혀 없다.

1년에 한번,상사들의 평가와 목표 달성률에 따라 연봉이 정해진다.

연봉단계는 총 32개.

성과에 따라 2∼4단계씩 연봉이 오르내릴수 있다.

왜 이런 복잡한 제도를 택한 걸까.

대답은 ''미래의 리더 발굴''에 있다.

글로벌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입사원 시절부터 치밀하게 경영 후보자들을 키워야 한다.

한마디로 ''될성부른 나무''를 일찍 골라내 더 튼튼하게 키우자는 얘기다.

능력주의를 선택한 직원들은 곧장 경영전략,재무등 전문지식 연수에 돌입한다.

근무시간뿐 아니다.

휴일,근무시간 외에도 이런 연수를 받는다.

하지만 직원들이 모두 경영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일 자체에서 보람을 얻는 직원도 있다.

그래서 양자택일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일본IBM은 판이하다.

엄격한 능력주의다.

입사 초년병 시절부터 직원들 능력에 랭킹을 매기는게 이회사의 특징.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 6백18명중 32명은 이미 ''월반''대상자로 뽑혔다.

이들은 통상 1년8개월인 연수기간을 1년 2개월만에 끝낸다.

평가만이 아니다.

직원 개개인이 희망 직종,커리어를 선택한다.

실적이 좋은 직원은 이 희망대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사내에서 적극 도와준다.

''능력주의''의 핵심은 연봉에 있는게 아니다.

인재육성이 본질이다.

성취도를 높이자면 본인의 ''선호''가 전제돼야 한다.

샤프와 일본 IBM.다른 갈래의 능력주의제를 택했지만 2가지 공통점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나는 회사분위기와 경영이념에 맞는 인사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회사의 인사제도를 투명하게 보여줌으로써 직원들이 초년병시절부터 스스로 커리어 개발을 할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점이다.

결국 능력주의제도에 한가지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 사풍과 실정에 따라 다를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인재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됐느냐는 점이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

[ 바람직한 능력주의 조건 ]

1.숫자상의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평가.
2.평가경위를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3.개인능력만이 아니라 팀과 회사에 대한 공헌을 평가.
4.직원 각자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인재육성 제도.
5.패자부활전을 통해 저평가 직원의 사기진작.
6.사내이동등을 촉진해 일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향상.
7.회사의 방침을 명시,신입시절부터 직원들의 커리어 개발 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