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벤처업계엔 미대 출신 사장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졸업후 대기업이나 광고회사에 주로 취직했던 미대생들이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취직률이 급격히 떨어지자 취업보다는 창업으로 눈을 돌린 결과다.

이들이 주로 포진하고 있는 분야는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웹에이젼시 등 주로 전공과 유사한 쪽.그러나 최근에는 도메인 업체,보안솔루션 등 미술과는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벤처에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줄잡아 2백여명 정도의 미대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미술계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서울대 미대와 홍익대 미대 출신이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중앙대,부산대 출신과 해외 유학파 사장도 몇몇 있다.

멀티미디어 콘텐츠 개발업체인 아이코 정진영 대표,아동가구 전문업체 도도가구 길준경 대표,PC게임업체 타프시스템 정재영 대표,애니메이션 벤처 엔웍스 이교용 사장,웹에이젼시 이모션의 정주형 사장 등이 서울대 미대 출신이다.

엔터테인먼트 벤처 프레임엔터테인먼트 장종근 대표,웹에이전시 에프아이디 김지훈 사장 등은 홍대 미대를 나왔다.

한글 도메인을 제공하는 한글로 닷컴의 김홍년 사장은 부산대 미대,인터넷에서 사과를 상품화해 파는 이색 벤처기업 무니지니닷컴의 강석문 박영진 부부는 중앙대 미대출신의 화가다.

토탈 유통업체 누브티스의 이경순 사장은 미국에서 미술을 공부한 해외파다.

이같은 미대 출신의 전진에 한 미술 관계자는 "벤처기업의 가장 큰 동력은 창의성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라며 "개성을 중시하는 미대생들의 성향이 이와 딱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프아이디의 김지훈 사장은 "미대생들은 재학시절에 주로 작업실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자연스레 사무실로 개조해 창업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누브티스 이경순 사장은 "미대 출신 CEO들은 소비자들의 선호도,유행 파악 등에 민감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특히 "미대 출신 여사장들이 많아 여성 기업인의 입지를 넓히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