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1단계 성공"

일본 닛산자동차의 카를로스 곤(46) 사장이 2년만에 처음으로 주식 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올 3월말 끝나는 2000 회계연도에 2천8백억엔의 흑자를 낼 전망이기 때문이다.

99회계연도에 7천억엔의 적자를 냈던 닛산이었다.

불과 1년만에 1조엔 가까운 수익을 개선시킨 셈이다.

98년 4백엔이던 주가도 8백엔으로 두배나 뛰었다.

붕괴 직전의 닛산에 이런 극적 반전을 안겨준 일등공신은 "혹독한 구조조정"이었다.

그 구조조정의 설계와 집행을 총지휘한 사람이 바로 "벽안(碧眼)의 경영자" 곤 사장이었다.

곤 사장의 별명은 여러 가지다.

비용 삭감에 남다른 재주가 있다고 해서 "코스트 커터"(cost cutter), 얼어 붙은 상황을 타개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아이스 브레이커"(Ice breaker),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한다는 뜻의 "세븐 일레븐"(seven eleven)...

공장 3개를 폐쇄하고 2만1천명을 감원한 일본에선 칼잡이, 혹은 장의사로도 통한다.

별명은 살벌하게 붙었지만 인기는 오히려 치솟고 있다.

일본에서는 그의 헤어스타일까지 유행할 정도다.

곤 사장은 닛산을 부활시킨 "국민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1954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난 곤 사장은 16세에 프랑스로 유학, 국립 이공대를 졸업했다.

세계 굴지의 타이어 업체인 미셸린을 거쳐 96년 르노로 자리를 옮긴 뒤 99년 3월 닛산자동차 사장으로 부임했다.

당시 닛산은 수익, 매출, 시장점유율 등 모든 면에서 중증을 앓고 있었다.

7년째 적자 행진을 지속한 결과 부채는 2백억엔으로 불어났고 시장 점유율은 10년간 하강, 10년전의 절반 수준인 17%로 쪼그라들었다.

빈사 상태의 닛산은 결국 자신보다 덩치가 작은 르노에 지분 37%를 내주었다.

경영권을 확보한 르노는 곤 사장을 경영책임자로 파견, 닛산병 치유의 임무를 맡겼다.

보수적인 일본인들은 정리해고 등 곤 사장이 휘두르는 서구식 칼날경영에 충격을 받았으나 이를 받아들일수 밖에 없었다.

구조조정 효과에 엔화 하락까지 겹치면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닛산의 실적은 급속히 회복됐다.

곤 사장은 이제 2단계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당장의 비용 절감에 매달렸던 1단계와 달리 2단계의 초점은 "장기 성장 가능성"에 맞춰져 있다.

새 모델로 유럽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부진에 허덕이는 일본 자회사 미쓰비시자동차의 회생 임무를 안고 있는 위르겐 슈렘프 다임러크라이슬러 회장은 "자동차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라며 닛산에 부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레바논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영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한 국제 구조조정 전문가다.

170cm 단신인 그가 "미션 임파서블"의 2단계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낼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