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폴사인(주유소 간판)제 폐지를 계기로 석유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시장의 주도권을 쥐게 된 주유소업계,수입석유회사와 기존 정유회사들간에 한판 힘겨루기가 펼쳐질 전망이다.

여러 정유사와 복수 거래하면서 낮은 가격에 기름을 공급받으려는 주유소업계와 자기 계열 주유소를 유지하려는 정유회사들은 단일 폴사인제 폐지 이후를 대비한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동안 주유소가 하나 이상의 정유회사 간판을 내걸지 못하도록 한 ''단일 폴사인제'' 관련 고시를 개정,하반기부터 복수 폴사인제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산업자원부가 이견을 제기하고 있지만 어쨌든 한 주유소가 여러 개의 정유사와 합법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주유소들은 정유사로부터 각종 지원을 얻어내는 등 정유사간 경쟁을 최대한 활용할 전망이다.

주유소 협회 관계자는 "복수폴이 허용되면 주유소들이 기존의 거래 정유사 폴을 유지한 채 다른 정유사들이 제공하는 덤핑유 등을 합법적으로 파는 방식이 가장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자사 폴을 붙인 주유소에서 다른 제품을 파는 것을 억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SK(주)가 제일 먼저 주유소 정리작업에 착수하는 등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계열 주유소 가운데 다른 정유회사나 수입석유회사 기름을 받아서 섞어 파는 주유소를 우선 정리하고 있다.

대신 충성도 높은 주유소만을 유지하고 이들에 지원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정유업계는 30% 가량의 주유소가 과잉 설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정유회사들도 SK의 주유소 정리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한편 점진적으로 주유소를 정리하려는 태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정유의 경우 불량 휘발유를 제조·판매한 주유소는 무조건 정리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최근 20여개의 주유소를 정리했다고 밝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단수 폴사인제가 폐지되면 석유시장 주도권은 주유소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며 "계열 주유소를 집중 지원한다고 해도 갈수록 충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