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소프트웨어를 판매 대행하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 J사의 P사장.

최근 그는 고민에 빠졌다.

MS 본사로부터 소프트웨어 판매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기업 전산화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없고 준비도 돼있지 않은 P사장.

만만치 않은 비용도 걱정거리다.

이런 문제가 비단 J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들어 대기업들이 하청 중소기업에 ERP 구축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B2B(기업간 전자상거래)를 통한 비용절감을 위해선 하청업체들의 ERP 구축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트러스트(대표 현덕훈)는 바로 J사와 같이 자금과 전문인력이 부족해 기업전산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ERP 소프트웨어를 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서비스업체(ASP)다.

1996년 독일 SAP사의 ERP 시스템 구축에 관한 컨설팅 업체로 출발해 지난해초부터 ASP 사업을 시작했다.

1년 남짓한 짧은 기간동안 대형 ASP 프로젝트를 주방가구업체인 에넥스로부터 수주하는 등 크고 작은 성과를 일궈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매출 목표액 1백30억원도 문제없을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보고 있다.

보통 매출액 2천억원의 업체가 자체적으로 ERP를 도입할 경우 초기비용 10억원에 운영비용까지 합쳐 총 15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게 된다.

하지만 ASP를 활용할 경우 30~40%의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게 회사측 설명.

현덕훈 사장은 "고객사 입장에서는 단순히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교육프로그램 지원, 컨설팅, 시스템 관리 등 다양한 사후 지원 서비스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서자 회사 내부의 조직관리가 큰 문제로 나타났다.

현 사장은 직원수가 50명을 넘어선 시점에서 회사조직을 크게 2개의 사업부로 개편하고 팀별 운영체제를 실시했다.

직원들의 평가와 보상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인센티브제와 연봉제를 연계시킨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현 사장은 항상 "직원들의 정당한 몫을 찾아줘야 조직이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후방 연관성이 큰 사업인 만큼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자금도 네트워크 하드웨어 업체 등 공생 관계에 있는 사업관련 파트너들로부터 지원받을 계획이다.

현 사장은 "시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만큼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02)6240-4600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