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조직,관료화,느린 의사결정,시장감각 결핍,기업내 커뮤니케이션 단절...

대기업병의 대표적 증상들이다.

세계를 무대로 경영하는 글로벌 공룡기업들은 특히나 이런 고질병에 걸리기 쉽다.

미국 50대기업의 평균 연간매출은 5백8억달러로 15년전보다 70%나 불어났다.

글로벌화로 다국적기업들의 덩치가 고속팽창한 결과다.

그만큼 경영이 복잡해지면서 경영실패의 위험성도 높아졌다.

대기업병을 피하면서 이런 복잡성을 경영하는 노하우는 없을까.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 성공적인 글로벌 거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영전략을 소개했다.

우선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불리는 GE의 잭웰치 회장.

그는 덩치가 클수록 시장지배가 쉬운 업종에 주력했다.

반면 대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사업은 과감히 포기했다.

GM의 릭 웨고너 사장이 지난해 CEO에 취임하면서 최우선 순위로 꼽은 일은 전세계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증진이었다.

우선 해외 사업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정례화했다.

한국 정치상황에서부터 브라질 경제,유로존 동향까지 전세계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도 이를 통해서다.

매끄러운 대화를 위해 각국 언어로 자동번역되는 e메일 시스템까지 갖췄다.

그는 각 지사의 톱경영자 20여명과는 정기적으로 원격회담을 열고 있다.

글로벌 경영을 위한 개인적인 노력도 감동적이다.

그는 매일 6개의 세계 각국 일간지를 읽는다.

자기 사업영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자면 세계동향을 꿰뚫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직원에게 정기적으로 e메일 메시지를 보내고 직접 피드백을 받는다는 보잉의 필립 콘디트 회장 겸 CEO.

"CEO는 고립되기 쉽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활용해 조직의 위치,나의 위치,기업의 위치가 어딘지를 파악하는데 최선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시스코시스템스의 존 챔버스 CEO 역시 "정보시스템을 다룰 줄 모르는 경영자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하이테크 경영의 신봉자다.

그는 정보시스템을 통해 매출,직원숫자,수익마진,생산성 등을 하루도 빠짐없이 모니터한다.

고객조사도 일상적으로 이뤄지며 고객들은 챔버스 회장에게 직접 피드백을 보낸다.

그는 직원들과도 e메일이나 음성메일을 통해 긴밀히 대화한다.

시스코가 시장변화나 기업인수 기회에 재빨리 대응하는 것도 이런 첨단시스템을 이용한 고객 및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덕분이라는게 회사측의 설명.

노텔의 존 로스 CEO는 "''정기적인 청소''를 통해 대기업화에 수반되는 복잡성을 줄이는 게 대기업 경영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상황변화로 경쟁력을 잃는 자산을 끊임없이 팔아치워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바지선(船)으로 장사하던 기업 앞에 어느날 철도가 생기고 도로가 개통되면 바지선은 더이상 경쟁력 원천이 아니라 골칫거리가 된다"는 비유로 이 철학을 설명한다.

기업성장과 함께 폭증하는 CEO업무를 어떻게 감당하느냐도 CEO들의 고민이다.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회장은 2개의 부회장직을 만들어 경영권을 분담했으며 킴벌리클라크의 웨인 샌더스 회장 겸 CEO도 부회장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