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한국경제신문 벤처중기부엔 전화벨 소리가 부쩍 요란해졌다.

기자의 핸드폰도 마찬가지.지난해 하반기 이후 연락이 뚝 끊기다시피했던 벤처기업인과 투자자들로부터의 전화다.

올들어 코스닥시장이 불붙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서울 테헤란밸리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벤처투자가 다시 시작됐다면서요. 이번 기회에 자금을 한 번 더 끌어당겨야 할 것 같은데 어디서 투자를 한답디까"(네트워크장비 업체 L사의 K사장) 그의 목소리는 들떠 있는 것 같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기술개발과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그였다.

"투자유치가 쉬웠을 때 받은 돈으로 무리하게 확장한 게 후회된다"고 했던 K사장의 요즘 태도는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시장(코스닥)이 이 정도만 받쳐준다면 투자를 못 할 이유가 없죠.투자배수도 많이 낮아졌는데 잘 나간다는 바이오나 엔터테인먼트 업체중 괜찮은 데 없을까요"(P창업투자 J심사역)

그는 "벤처투자는 2∼3년 뒤를 바라봐야 한다. 모두 다 위기라고 하는 지금이 투자 적기다"라고 강조하면서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실제 투자는 한 건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소위 ''장이 뜬다''는 이유를 앞세워 투자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벤처산업은 불과 한 두달 전과 비교해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물론 닷컴기업을 필두로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뼈를 깎는 자구를 통해 수익 기반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부단히 해왔다.

그같은 노력이 투자가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성과와 향후 전망을 평가할 단계에까지 접어들지 않았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머니게임''''묻지마 투자''같은 지난날의 망령이 현실로 되살아나선 곤란하다.

그동안 수많은 벤처기업인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알찬 결실을 보기 위해서도 그렇다.

서서히 불기 시작한 테헤란밸리의 훈풍이 한국 벤처산업 곳곳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누구보다 벤처인들의 성숙한 모습이 절실한 때인 것 같다.

서욱진 벤처중기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