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가 새해 벽두부터 여야간 정쟁으로 실체규명도 못한채 파행운영돼 빈축을 사고 있다.

총 1백9조6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공적자금의 운용실태를 규명하기 위해 국민의 관심속에 16일 열린 국회 공적자금 운용실태규명 국정조사 청문회는 여야 의원간 증인신문 방식을 둘러싼 논란으로 진통을 거듭하다 밤늦게 자동 산회됐다.

야당측은 이날 증인 및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진만 한빛은행장, 위성복 조흥은행장 등 시중은행장 9명과 양승우 제1차은행경영평가위원장 등 4명을 동시에 신문하자고 주장한데 반해 민주당은 개별 신문을 요구, 정상적인 회의진행을 하지 못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저마다 지루하게 자신의 입장을 개진해 바쁜 일정을 뒤로한채 청문회에 나온 금융기관 대표들은 대기실에서 마냥 개회를 기다려야 했다.

여야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수차에 걸쳐 간사단회의를 열어 이견조율을 시도했다.

그러나 민주당측이 하루에 두 그룹으로 나눠 신문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한나라당측이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선 일괄신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해 입장차를 좁히는데 실패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증인과 참고인을 한꺼번에 출석시켜 일괄 신문할 경우 초점이 흐려지기 때문에 기관별 증인별로 집중 신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한나라당은 절충안을 수용하라"고 요청했다.

이에대해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공적자금 관리.회수과정에서 청와대 재경부 금융감독위원회의 책임부분이 모호한 만큼 일괄신문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지난 3일간의 청문회에도 불구하고 진실규명에 실패한 국회 한빛은행 불법대출 의혹사건 국정조사특위도 이날 여야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민주당 박주선 의원의 참고인 출석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여 회의가 1시간 이상 정회됐다.

결국 진실규명보다는 여야간 정쟁으로 청문회가 제기능을 못한 것이다.

김병일.김미리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