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출범할 미국 부시 신(新)행정부의 통상정책을 주도할 핵심 포스트가 자동차를 비롯한 전통제조업체 출신인사들로 채워짐에 따라 국내 관련업계에 ''대미 통상 경계령''이 내려졌다.

국내 업계는 미국경기가 둔화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부시 경제팀의 통상정책기조가 명실상부한 ''상호주의''성향을 띠면서 통상압력을 강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무역협회 등은 자동차와 농산물이 우선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고 철강분야도 안심할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관련 기업들은 이에 따라 개별적인 사전 대책을 세우는 한편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대미 통상채널 정비를 요구키로 했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인사는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다.

그는 지난 97년 미 정부가 한국의 자동차교역을 문제삼아 슈퍼 301조를 발동할 당시 미국자동차제조협회(AAMA) 회장 자격으로 한국에 대한 강경조치를 주문한 바 있다.

특히 자동차 시장개방을 촉구하러 한국을 방문,통상 담당자들과 언쟁을 벌이다 자리를 박차고 나간 적도 있다.

이대창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장은 "카드 내정자의 평소 성향으로 볼 때 국내 자동차시장에 대해 관세인하 등 다양하고 노골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25년 친구''로 실세 장관이 될 것으로 주목되는 도널드 에번스 상무장관 내정자의 경우 미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의 보호주의를 강도높게 비난해 온 자유무역 옹호론자다.

이병우 포항제철 무역통상팀장은 "철강은 대미 교역에서 수입보다는 수출물량이 훨씬 많아 자유무역이 확대될 경우 유리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미 의회내에서 초당파적인 ''철강 코커스''를 구성해 미 업계의 입장을 앞장서 옹호해 온 록펠러 보커스 버드 등 거물급 의원들이 건재하고 있어 향후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학영·이심기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