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직후인 98년봄.

모 대기업 부장으로 일하던 김영식(48)씨는 회사자체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사퇴 압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당시 김씨는 회사로부터 그런대로 업적을 평가받는 편이어어서 1차 감원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차피 시간문제라면 회사에서 차기전에 내가 차고나간다"고 마음먹고 헤드헌터 업체를 통해 재취업 자리를 적극 탐색했다.

마침 국내 독일계 기업에서 김씨를 원했지만 기존 직장보다는 연봉이 30%나 적었다.

김 부장은 한참 망설이다 사표를 던지고 직장을 옮겼다.

세계시장에서도 명함이 통하는 굴지의 대기업에서 작은 외국회사로 이직을 한 김씨는 한동안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자신의 결단이 옳았다고 자부한다.

현재 김씨는 독일 본사로부터 ''한국지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아 이전 직장 연봉의 두 배를 받고 있다.

재취업전문가인 JM서치의 이주연 대표는 "''위기는 기회다''''악조건도 조건이다''는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자기개발을 통해 전문능력을 높인 뒤 재취업에 성공하는 40대 사무직이 늘고 있다고 헤드헌터인 김완철(유니코 서치)씨는 밝혔다.

헤드헌터들이 제시하는 40대 사무직 실직자들의 ''재취업 5계명''은 이렇다.

◆눈높이를 낮추고 서울을 탈출하라=2차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닥친 요즘같은 때에 자신의 경력과 능력에 안성맞춤인 재취업은 어렵다.

체면을 앞세우지 말고 눈높이를 낮춰 보수가 적더라도 자신의 경력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야 한다.

중소기업이라도 입사하면 더 좋은 자리로의 디딤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쉬는 사람보다 어디라도 다니는 사람의 몸값이 더 나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지방중소기업이라도 전망이 좋고 적성에 어느정도 맞으면 과감하게 도전하라는 것이 헤드헌터들의 충고다.

◆전문성을 갖춰라=2년전 IMF관리 직후에 많은 실업자들이 급한 마음에 자신의 업무영역과 근무 조건이 딴판인 회사에 입사했다.

이들은 얼마 안돼 다시 직업을 찾는 큰 혼란을 겪었다.

40대 경력자라면 지금까지 해온 고유의 업무 영역이 있다.

해당 영역에서 ''프로''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회사에 지원하라.

◆외국어 컴퓨터등 자기계발에 힘써라=전문능력에 영어와 컴퓨터가 뒷받침돼야 몸값이 높아진다.

컴퓨터는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고도 배울 수 있다.

주위를 살펴보면 정부에서 무료로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네트워크를 활용하라=동창회 등 친목모임에 더 많이 나가야 한다.

열등감 때문에 그동안 쌓아온 네트워크를 상실하면 정보로부터 멀어진다.

인간관계가 정보원이며 바로 큰 자산인 것이다.

◆인터넷을 클릭하라=국내에만도 수십개의 헤드헌팅업체들이 인터넷을 통해 구인·구직자를 알선해주고 있다.

외국계 기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경력직들을 위해 영문이력서를 만들어주는 업체도 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