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화해, 북한과 미국간의 고위급회담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풀리면서 남북한 경제를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우수한 인적자원과 지경(地經)학적 입지조건을 갖춘 한반도가 힘을 모을 경우 세계경제의 새로운 한 축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한반도 경제시대의 개막 =지난 9월말 제주에서 열린 제3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양측은 ''남북경협추진위원회'' 설치에 합의함으로써 한반도 경제시대를 향한 초석을 하나 더 놓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올해 초 베를린선언에서 내놓은 ''남북경제공동체'' 구상의 준비인 셈이다.

남북경제공동체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화해적 공존''을 바탕으로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기능적 공동체를 의미한다.

제도적 차이에 상관없이 교류.협력에 의한 생산요소의 보완적 결합을 이루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한반도 경제는 △규모의 경제실현 △산업구조 고도화 △북한경제의 정상화 및 북한주민의 생활수준 향상 등을 성과물로 내놓을 수 있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의 경제개혁과 외부지원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앞으로 10년동안 매년 약 1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중국의 경우 지난 78년 경제개혁을 천명한 이래 약 20년동안 연 평균 11%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소개하고 북한의 경우 남한의 지원까지 감안하면 최소한 13% 이상의 성장률은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또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대북투자 환경은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 동북아 경제의 중심지에서 세계로 =경제 전문가들은 한반도 경제 도약의 교두보는 동북아 지역이라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한.중.일 등 동북아 지역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4분의 1이 몰려 있는 곳이지만 그동안 남북 대치 등 정치.군사적 이유로 다른 지역보다 경제협력이 부진했다.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한반도 긴장완화와 함께 중국 일본 등과의 경제협력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대륙과 바다가 만나는 한반도가 동북아의 연결고리가 될 경우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반도는 우선 지리적 입지를 활용, 동북아 물류기지의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다.

국토연구원은 경의선을 중국횡단철도(TCR), 만주횡단철도(TMR)와 연결하고 경원선 및 동해선을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계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부산.광양항과 TCR를 비롯한 대륙연계철도, 인천국제공항 등 육.해.공에 걸친 종합물류센터로 한반도가 탈바꿈한다면 동북아 경제의 중심지는 자연 한반도의 몫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 풀어야 할 과제들 =북한의 협력 정도가 가장 큰 변수다.

경제시스템을 개혁하려는 북한 스스로의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최근들어 북한은 경제회생을 위한 파트너로서 유일한 현실적 대안은 남한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돼 협력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남북 경협 활성화를 위한 원활한 재원마련도 중요한 요소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정치적 관계와 남북한간 생산요소의 보완적 결합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루어질지 여부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고일동 한국개발연구원 (KDI)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극심한 경제난으로 주민들의 정신적 피폐와 인적자원의 고갈을 겪고 있다"며 "한반도 경제시대의 도래를 위해서는 북한이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