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와 애플컴퓨터는 궁합이 안 맞는다(?)''

잡스(45)를 정식 최고경영자(CEO)로 맞아들인 지 9개월 만에 애플이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애플주가는 하루 만에 52%나 폭락,25.7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분기마다 증가하던 순익이 3·4분기 들어 급격히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잡스와 애플의 인연은 기구하다.

잡스는 지난 76년 스티브 워즈니악과 공동으로 애플을 세운 창업자.

혁신적인 애플컴퓨터를 개발하면서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사세 확장을 위해 무리한 증자를 시도하다 경영난에 빠지면서 85년 당시 CEO였던 잡스는 회사에서 쫓겨난다.

14달러대를 헤매던 애플주가는 잡스 축출 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87년에는 71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길버트 아멜리오가 수장을 맡은 90년대 중반 애플은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내면서 경영난에 봉착했다.

반면 애플에서 쫓겨난 잡스는 승승장구했다.

애플을 떠난 이듬해(86년) 차린 픽사는 세계 최초의 1백% 컴퓨터애니메이션 영화인 ''토이스토리''를 내놓아 ''스타기업''이 됐다.

결국 애플은 잡스에게 ''회사를 살려달라''는 절박한 SOS를 보냈다.

97년 9월16일,쫓겨난 지 12년 만에 잡스는 화려한 귀환을 했다.

그러나 완벽한 복귀는 아니었다.

''임시(interim)CEO''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잡스는 애플의 대수술에 돌입,회사를 성공적으로 회생시켰다.

임시 CEO로 애플에 돌아오던 날 21.93달러이던 주가는 2년여 만에 1백달러대를 뛰어넘었다.

잡스의 실력을 인정한 이사회는 올 1월 2년4개월의 긴 테스트 기간을 거쳐 ''임시''란 꼬리표를 떼고 잡스를 정식 CEO로 등극시켰다.

9천만달러라는 거액의 보너스까지 안겨주면서.

그러나 정식 CEO가 된 지 3개월 만에 발표된 2분기 실적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순익이 2억달러로 전분기(2억3천3백만달러)보다 14% 줄었다.

3분기에는 암운이 폭풍으로 돌변했다.

순익이 전분기보다 45%나 적은 1억1천만달러에 그칠 것같다는 발표가 나왔다.

일부에서는 애플 추락이 생산라인의 일시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세는 "매킨토시 기종이라는 한계에서 애플이 벗어나지 못하는 게 문제"라는 시각이다.

월가는 잡스에게 이런 판결을 내리고 있다.

"잡스의 애플회생 잔치는 끝났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