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금융시장은 기업 및 금융권 부실정리가 미진할 경우 올해와 같은 신용경색이 재발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따라서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경기의 급격한 냉각을 막아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31일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열린 "2001년 경제전망 및 기업의 대응" 세미나의 주제 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 2001년 거시경제 전망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센터장) =우리 경제는 아직 대내외 불안요인들이 잠복하고 있어 경제환경이 일시에 악화될 경우 경기상승 추세가 조기에 마감되고 경기가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규모의 금융부실 잔존 및 이에 따른 금융중개 기능의 부진으로 기업부실 확산이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으로 경기 급랭을 막는데 주력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능력은 점차 떨어져 2000년대 초반 5%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내년에도 경제성장을 이끌 견인차는 수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경제는 둔화세를 보이겠지만 일본의 경기회복, 유럽 및 일부 개도국의 성장세에 힘입어 수출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다.

내년중에는 총수요가 총공급능력을 넘어서는 인플레이션 갭이 발생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다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경상수지 흑자도 50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 기업매출은 올해에 이어 내년 중에도 두자릿수의 증가세를 기록하겠지만 수출호조와 원화절상 추세의 완화로 수출기업의 매출증가가 내수기업보다 높을 것이며 산업간 양극화현상도 심화될 전망이다.

◆ 2001년 금융시장 전망 (이원흠 LG경제연구원 금융재무연구센터장) =내년도 금융시장의 안정 여부는 기업신용위험의 완화와 함께 금융부실의 해소로 금융기관의 신뢰가 회복되고 자금중개기능이 얼마나 빨리 정상화될 것이냐에 달려 있다.

아직도 영업이익으로 이자지급도 못하는 기업들이 상당수 있어 추가 부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현대문제가 마무리되고 금년내에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금융기관의 부실이 해소된다면 몇몇 기업들의 부도가 발생하더라도 금융시스템의 불안이나 심각한 신용경색이 초래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금융구조조정이 완료된 이후 현재 5.0% 수준의 콜금리가 인상되더라도 회사채 수익률은 2001년중 8∼9% 대의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공적자금 조달을 위한 국채발행 증가와 함께 내년중 회사채 만기도래 물량이 늘어난다는 점이 금리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주식시장은 내년에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들어 기업들의 실적호전을 반영하지 못한채 하락세가 지속된 결과 현재 국내주가는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상태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6.8%로 낮아지더라도 회사채수익률이 8.6% 대를 유지한다면 종합주가지수는 1,000포인트를 상회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중 원화가치는 외환공급 초과와 엔화강세 등의 영향으로 추가 절상(환율인하)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하반기들어 경기가 정점을 지나 둔화조짐을 보이거나 경상수지 흑자폭이 축소돼 원화절하 심리가 확산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순유출 추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2001년 상반기까지는 절상추세를 이어가 달러당 1천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 중에는 절하(환율인상) 추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된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