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산업진흥책이 뿌리채 흔들리는 것은 정책 자체가 정치논리를 근간으로 한데다 이를 면밀히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정부가 제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 낭비는 불을 보듯 뻔해졌고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지역산업진흥 역시 요원하기만 한 정책과제로 남게됐다.

<>지역산업진흥책의 현주소=대구 밀라노프로젝트는 2차년도 사업에 착수했지만 사업방향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직물 등 섬유의 업스트림(up-stream)분야의 첨단화는 그렇다 치더라도 대구지역이 패션,디자인분야에서 내생적 발전동인을 갖고 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구지역을 역점적으로 지원할 바에야 그것이 꼭 섬유산업이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현지에선 구조조정이 필요한 섬유산업보다 지역적 강점이 있는 전자산업이 선정됐어야 했다는 주장이 나옥고 있다.

부산지역의 전략산업이 왜 신발인지에 대한 의문도 마찬가지다.

광주는 다른 차원이긴 하나 산업특성이나 지역 인프라를 감안할 때 광산업 유치가 적절한 것이지에 의문을 갖는 전문가들이 많다.

경남 기계산업은 창원이 중공업분야 집적지이긴 하나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범정부 차원의 기계류 부품 소재 육성계획 등 자본재산업 육성책과 사전 조정이 필요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역산업진흥책이 겉도는 이유=지역산업 진흥에 대한 분명한 마스터플랜 없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에서 사업의 윤곽을 잡아 정부에 예산배정을 요구하는 형태로 진행돼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하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는 사업 추진과정에 정치적 목적이 짙게 개입됐다는 것이다.

대구지역 민심을 추스리기 위해 밀라노프로젝트가 나왔고 삼성자동차 처리과정에서 부산지역 민심이 문제가 되자 시급히 신발이 육성산업으로 검토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광주에서 신산업 육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광주(광주)의 광(광)에서 광산업이 착안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결국 정치 중립적이어야 할 산업혁신정책이 정치적으로 얼룩졌다는 얘기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지역산업 발전 계획은 국가 전체적인 산업비전을 고려해 도출돼야 한다"며 "지역별로 동등한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되 이 과정에서 정치적 입김은 최대한 배제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너지는 지역경제=지역별 산업진흥정책이 겉돌면서 지역간 경제력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3일 "지역경제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전통산업의 정체와 디지털 혁명으로 수도권과 타지역간의 격차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과거 전통산업과 양적발전에 의존한 지방개발전략이 실패로 끝나면서 8월현재 전국 16개 시.도의 부채만 18조원에 달하며 연간 이자부담도 1조원을 넘어서는 등 지역경제와 지방재정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강신겸 삼성연구소 연구원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단기적인 지역개발 전략에서 벗아나 10년을 내다본 첨단산업 육성,30년을 지향하는 인재양성,50년 이후를 기약하는 생태환경 보전 등과 같은 장기 청사진을 토대로 발전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현실 전문위원.유병연 기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