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반도체가 당초 계획보다 3년7개월 빨리 지난 19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서 졸업했다.

지난 98년 10월 워크아웃을 신청한지 약 1년 9개월만이다.

아남반도체의 워크아웃 조기 졸업에는 외자유치가 큰 역할을 했다.

반도체 경기가 회복된데다 대규모 외자유치로 아남은 97년말 2천1백67%이던 부채비율을 지난 5월말 현재 66%로 떨어뜨렸다.

김주진 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외자유치를 위해 미국에 상주하다시피 했다.

아남반도체 회장이면서 동시에 아남반도체의 미국 판매법인인 ATI사의 회장 자격으로 월가의 금융기관들을 찾아다녔다.

그가 유치한 외자는 모두 21억1천만달러.

공장 또는 지분 매각으로 16억1천만달러,주식발행으로 5억달러를 끌어들였다.

산전사업부를 르그랑사에 매각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미국 ATI사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ATI사는 김 회장이 대주주(지분율 약 26%)이자 회장으로 있다.

이 점이 아남 외자유치의 특징이다.

외자유치지만 "집안 자금"을 옮겨왔다는 지적도 이래서 나온다.

물론 아남측 입장은 다르다.

자금창구는 ATI지만 ATI역시 채권발행 유상증자 등을 통해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더욱이 ATI사가 채권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강조한다.

아남 회장으로 취임하기 전 미국에서 경영학(재무론)교수 생활을 한 경력을 활용해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특히 지난해 광주공장을 매각할 당시 두달동안 수염도 깍지 않은채 금융기관들을 찾아다녔다고 김규현 사장은 회고했다.

아남은 지난 5월 3개 반도체 조립공장 매각으로 워크아웃 졸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당시 아남은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자 시설 확장의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채권금융 기관들의 반대로 신규투자를 할 수 없었다.

자구계획에따라 외부 차입을 일체 금한다는 채권단의 방침 때문이었다.

아남은 결국 모든 반도체 조립공장을 ATI에 넘기고 그 자금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팹(FAB)사업에 주력키로 했다.

공장매매 가격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결국 서울 성수동, 경기도 부천, 부평등 3개 조립공장을 9억5천만달러에 ATI사에 넘겼다.

ATI사는 조립공장 인수와 동시에 아남 주식을 당시 시장가격보다 50% 정도 높은 주당 1만8천원에 인수했다.

아남의 외자유치를 두고 국부유출이라는 지적도 있다.

외자유치가 대부분미국 관계사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아남은 결과적으로 워크아웃에서 벗어나지 않았느냐고 반박한다.

아남은 앞으로 팹공장인 부천공장의 생산시설을 크게 확장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조립업체에서 팹업체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 박주병 기자 jbpark@hankyung.com >